“이란 나와!” 이스라엘이 전면전 원하는 이유
이스라엘이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 하마스 지도자를 제거했다.
아직 이스라엘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이스라엘 소행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 공격으로 미국의 중재에 의한 휴전협정은 물 건너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니예는 신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직후 테헤란의 군사보호시설 내 안가에 머물다가 이스라엘 F35의 정밀 로켓 타격을 받고 경호원과 함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은 이스라엘로부터 1,600km 거리로서 전투반경이 1,200km인 F35의 활동 범위를 벗어나 미국 항공모함으로부터 공중 급유를 받지 않았을까 추측되면서 이 공격에 미국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면 사건이 난 건물에 2개월 전 설치됐던 폭탄이 원격 조종으로 폭파돼 사망한 것이란 관측도 NYT(뉴욕타임즈)에 의해 보도됐다. 사건의 경위보다 중요한 것은 이란의 대응 의지다.
이란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모두 나서 “이스라엘이 후회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즉각 보복을 공언하고 나섰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테헤란에 미사일 공습을 가한 것은 하니예만이 타깃이 아니었다. 어쩌면 테헤란을 공습하기 위해 하니예를 빌미로 삼았을 개연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만약 이스라엘이 하니예만 조용히 제거하려 했다면 그가 주로 머무는 카타르에서 모사드 특수부대를 보내 얼마든지 암살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하마스는 물론 헤즈볼라 등 계속해서 이스라엘을 괴롭혀 온 이슬람 테러 세력의 배후에 이란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이란과의 전면전이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는 이란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함으로써 이란의 아바타 격인 여러 테러 세력과의 오랜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이란의 속사정은 어떨까? 즉각 보복 공격을 선포했지만, 이란은 내심 전면전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란은 미국과 UN의 오랜 경제제재에 의해 쇠약해진 경제력과 노후화한 무기체계 때문에 대규모 전쟁을 치를 상황이 아니다. 특히 신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 경제제재 완화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중동 외교가에서 나오던 차였다.
이러한 이란의 진퇴양난 처지를 이스라엘이 기회로 삼은 게 이번 테헤란 공습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쇠약해진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를 이번 기회에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어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은 이번 테헤란 공습으로 확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아무리 이란이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하지만 보복 경고를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굴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아파 무슬림 세력의 보복은 상대와 전력 우열을 가리지 않고 자행돼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것은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 진영에 어떤 세력이 가세할 것이냐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도 이 전쟁에 동참하기에 큰 부담이 따르지만, 만약 이란의 배후에서 러시아나 중국, 북한의 지원이 확인된다면 참전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외부 세력의 참전이 없다면 이스라엘의 우세한 전력이 이란을 제압할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두 나라의 거리가 멀다는 점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공군력과 미사일 전력, 그리고 방공 시스템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로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이란의 허술한 방공망은 이스라엘의 촘촘한 아이언-돔과 대비된다. 특히 3세대 전투기가 주종인 이란으로서는 F15, F16, 그리고 39기의 스텔스기 F35를 앞세운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는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1,600km라는 두 나라의 거리 때문에 미 해군 공중급유기를 쓸 수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자국 영토까지 도달하기조차 어려운 이란 공군력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만의 전쟁으로 끝난다면 어느 한쪽의 패퇴로 인해 중동에서 힘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다시 평화가 찾아올 수 있으나, 외부의 참전으로 5차 중동전쟁 또는 미니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개연성 또한 우려된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전에 이란과의 전면전 시나리오를 검토한 상태로 보이지만, 이번 공격을 받고 준비되지 않은 전쟁에 뛰어드는 이란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