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재직 1000일 vs 윤석열 대통령 재직 780일

- 지지율을 먹고 사는 한일 정치 지도자가 주는 교훈

2024-06-29     김상욱 대기자

한미일 안보 강화,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서 과거를 묻어버리고 미래로 가자며 친일적 성햐을 보이며, 저출산 대책 관련 비상사태를 선언할 만큼 긴박하고 절실한 가운데 지지율이 20%대 초와 30%대 초반 사이를 오가는 윤석열 정부와 방위력 강화와 저출산 대책 확충 등 일정한 실적을 남기려 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그 내각의 지지율인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지도자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렇다면 어디에 무엇이 그렇게 낮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요인인가?

급변하고 있는 세계이다. 기존 질서에 대한 현상 변경을 요구하는 세력과 지키려는 세력 사이의 과거에 유지됐던 세력의 힘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힘이 부상하면서 ‘각국도생’이라는 말처럼 자국 우선주의, 보호주의를 내세우며 국가적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의 현장이 지금의 세계 흐름이다.

내외 모두 문제가 산적해 있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지금 정국의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정치권은 더더욱 앞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정국은 권력을 둘러싸고 집중되어 있어, 민생경제, 국방과 안보, 외교 등 풀어내야 산적한 과제들은 남의 일처럼 팽개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도자 자신이 현재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체제를 재설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언론 보도를 보면, 능력에 대한 보도 내용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재직일 수는 6월 29일 기준으로 1000일이 되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직 기일은 780일 정도 된다. 일본은 내각제이기 때문에 임기가 보장된 총리는 없으며, 총리마다 재직기간이 제각각이다. 기시다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竜太郎) 전 총리의 932일을 제쳤고,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1241일에 이은 전후 8번째 재직기간이라고 한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4일 취임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했다.

안보 환경의 약화를 바탕으로 일본 기시다 총리는 미국의 요청도 있고, 방위비의 대폭적인 증액을 결정했다. 2027년까지 기존 예산의 2배까지 끌어올린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역대 내각이 “정책 판단으로서는 쉽지 않은 방위비 증액”을 단숨에 해치우는 결단력을 보이기도 했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줄곧 추진해 온 적 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등 ‘전쟁 가능한 일본 만들기’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대의명분으로 극우 정치를 해 오고 있다.

안보 환경의 악화를 바탕으로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요청도 있고, 미국의 미래의 먹거리 첨단 반도체, 전기차용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미국에 전레 없는 대규모 투자를 실행하게 하면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정작 한국 국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매우 어려운(?) 일을 해왔다.

특히 미래를 봉쇄해버리는 기초과학 등 연구 개발(R&D) 예산을 무 자르듯 잘라버려 과학계와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수많은 국민들을 맨붕에 빠져들게 하면서, ‘권력유지놀음(a game of staying in power)’에만 모든 힘을 쏟는 모습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은 아동 수당의 확충 등 금전적인 면에서 지원에 치우치고 있는 현실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저출산 대책에 대한 각국의 대책은 천차만별의 대응책들이 존재하지만, 지도자의 저출산 원인 분석과 국가의 미래 비전이 무엇이냐에 따라 대응책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음에도, 그러한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인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임기응변식으로 비치고 있다. 물론 난국을 극복해 내겠다는 목표 의식은 분명하지만, 그러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한 치열한 숙고는 없어 보인다.

뭔가 열심히 일한다는 모습은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바닥을 향해 속도를 내는 듯한 양상은 왜 그런 것일까?

일본의 총리 관저 정치와 한국의 용산 대통령실 정치도 비교된다. 총리 관저 정치는 안정성이 보이지만, 용산대통령실 정치는 늘 불안하고 수준도 보통 수준 혹은 그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자신이 결단을 하면 집권 자민당 내에도 행정기관도 자연스럽게 따른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총리 자신이 야당이나 국민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설득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일방적 지시 혹은 명령만 존재하는 국정운영 스타일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그러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려 권력은 영원히 가지고 싶다는 탐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라면 누구든지 그러한 탐욕의 유혹은 있을 것이지만, 이를 이성적으로 처리하는 지도자가 더 많다.

‘설득’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망각하거나 게을리하는 일로는 권력 유지는커녕 자신의 안위조차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세계 지도자들의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 있다. 제목을 패러디하는 말들이 봇물이 터진다. ‘해먹을 결심, 때려죽일 결심, 도피할 결심’ 등 다양한 패러디가 판을 친다.

정치인은 지지율을 먹고 산다고 한다. 자신의 행동과 발언이 무엇인지, 상식적인지, 양심적인 것인지, 미래를 위한 것인지, 당장 어려움을 벗어나려는 꼼수인지 등 두루두루 살펴보지 않고 부하들을 향해 격노만 하는 일방적인 언행이 판을 칠 때, 지지율이 올라갈 수 없다. 없는 지지율에 탐욕적인 식욕만을 내세운다면, 본인은 물론 그 국가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는 강력한 야당이 없다. 그럼에도 기시다의 무능에 따른 지지율 바닥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한국에는 강력한 야당이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사실상 바닥과 크게 벌어져 있지 않다. 저항 세력이 적은 일본 정치와 저항 세력이 강한 한국 정치는 여러 면에서 대비되고 더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 1,000 days of Kishida's presidency vs. 780 days of Yoon Suk Yeol's presid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