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EV) 시장에 다양한 역풍
- '제2 테슬라' 등 파탄 - 저렴한 하이브리드차(HV)로 소비자 흐름
미국 전기차(EV) 시장 둔화 우려가 퍼지고 있다.
EV 수요 확대를 전망해 많은 기업들이 신규 진입했지만, 예상대로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고 파탄에 몰린 사례도 나왔다. 대신에 충전설비 걱정 없이 비교적 저렴한 하이브리드차(HV)에 소비자의 눈길이 흐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다른 EV 기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미국의 신흥 전기 차동차 메이커인 ‘피스커(Fisker)’는 17일 미 연방 파생법 제 11조 적용을 델라워 주 법원에 신청해 경영파탄을 맞이했다. 부채 총액은 1억~5억 달러(약 1,383억~6,915억 원)으로, 품질면에서도 문제가 발생, 생산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회사의 저명한 디자이너인 ‘헨릭 피스커’가 지난 2016년에 창업, 높은 수준의 디자인성이 평가되면서 ‘제 2의 테슬라’라는 놀라운 평가를 받았지만, 2023년 12월 기에는 약 8억 달러(약 1조 1,064억 원)라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의 EV 시장을 둘러싸고, 지난해 모두 신흥 기업인 ‘로즈타운 모터스(Lordstown Motors)’는 2023년 6월에 파산법 제 11조를 신청했고, ‘프로테라(Proterra)’도 올해 들어 역시 파산법 11조(Chapter 11)를 신청 경영파탄에 들어가는 등 EV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EV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가진 테슬라도 2024년 1~3월기 판매 대수는 4년 만에 전년 실적을 크게 밑돌았다. 유력 전동화 메이커인 루시드 그룹(Lucid Group Inc)이나 리비안 오토모티브(Rivian Automotive Inc)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국조사 기관 JATO에 따르면, 2024년 들어 미국의 EV 판매는 월 10만 대 미만의 수준이 이어진다. 미국 정부는 세제 우대 조치를 도입해 지원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부유층 이외에 판매가 더 이상 펼쳐지지 않고 하이브리드차량(HV)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옮겨지고 있는 현상이다.
앞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로 돌아가면, 자동차 대출의 금리 부담이 가벼워지는 등 EV 판매 환경이 호전될 가능성은 있다. EV 시장에 익숙한 진 맨스터는 “내년에는 다시 EV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의해, 중국으로부터 필요한 부품을 조달할 수 없고, EV 가격이 높아질 우려도 있어, 시장 확대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 대상이다.
피스커의 경영 파탄의 요인이 된 EV 시장의 둔화는 일본 자동차 업계로서는 일시적인 훈풍이 부는 면도 있고, 현대자동차도 HV 생산에 눈길을 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와 싼타페 하이브리드(HV)를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특히 겨울철에 자동차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기 쉬운 EV에 대해 그동안 일본 업체가 자랑하는 HV의 가치가 재검토되고 도요타 자동차와 혼다는 북미에서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에서 EV 시프트(shift)의 흐름이 계속된다는 견해는 강하고, 자금력에 여력이 있을 때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JATO에 따르면, 2023년 EV 세계 판매 대수는 1위 테슬라가 약 179만 대, 2위 중국 비야디(BYD)가 약 140만 대에 이른다. 글로벌 오토뉴스에 따르면, 현대차의 2023년 배터리 전기차 판매 대수가 26만8785대, 기아가 18만 2,000대와 합해 45만 1,000대가 판매됐다. 반면에 일본 닛산 자동차는 약 12만 대, 도요타는 약 10만 대. 일본세의 점유율은 3% 정도로 된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오는 2026년 94만 대, 2030년 200만 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2022년 연간 21만 대였던 판매량을 4년 내 네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3년 8%에서 2026년 18%, 2030년 34%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이다. 기아차는 2026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100만 5000대로 잡고 있어 현대차보다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15개 전기차 풀라인업을 갖추고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전기차 부문에서의 일본세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요타는 2026년까지 세계에서의 EV 판매를 연 1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을 내걸고, 혼다도 2040년까지 모든 신차를 EV 또는 연료전지차(FCV)로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