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만 남은 밀양 사건, 네티즌들의 단죄가 시작되다

2024-06-04     김지영 기자

20년 전 밀양의 한 여중생에게 가해진 44명의 천인공노할 범죄에 단 한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국민들의 공분을 산 사건에 네티즌들의 단죄가 시작됐다.

지난 1일 ‘나락 보관소’라는 유튜브채널에서 '밀양 성폭행 주동자 박OO,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봐?'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공분 속에 밀양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나락 보관소'는 계속된 제보와 나름의 검증을 거쳐 주동자들의 신상을 밝히고 있다. 

‘나락 보관소’는 주동자 중 한 명인 박 씨가 경북 청도군에서 유명 식당을 운영 중이며 지난 2022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유튜브에도 소개됐다고 밝혔다. '나락 보관소'에서 지목한 식당은 국밥집의 인스타 계정도 삭제하고 박 씨와의 관계도 부인했으나 친척 관계임이 드러났고, 네티즌들은 해당 식당이 건축물농지법위반과 건축법 위반이라며 신고를 요청했다. 결국 청도읍은 해당 식당이 불법건축물이기 때문에 시정명령을 내린 후 건물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지난 3일 '나락 보관소'의 '테스트'라는 영상에서 또 한사람의 가해자 신 씨가 개명해 현재 경남의 한 수입차 전시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신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리는 제보 메일을 최근 받았다며, 앞서 근황을 공개했던 박 씨가 신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나락 보관소'는 신 씨가 현재 김해의 한 수입차 전시장에서 근무 중이고, 외제차 3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골프를 즐긴다며, SNS에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내가 평생 행복하게 해 드릴께”라고 적기도 했다고 전했다. 

4일 김해의 수입차 전시장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당사는 해당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지하여 해당자를 해고 조치했다"며 "앞으로도 당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사건 당시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남긴 경남의 한 경찰서 A경장에 대한 비난이 다시 쏟아졌다. A경장은 당시 친구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나왔다더만... X도 못생깃다드만 그년들 ㅋㅋㅋㅋ 고생했다 아무튼!"이라고 썼다. 경찰이 된 이후 한 차례 이름을 바꾸었지만 2012년 경남지방경찰청 게시판에 항의글이 계속되자 "고등학교 10대 시절 철 모르고 올린 글이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당시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당시 가해자들의 가족들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하나", "사과를 왜 해야 하나", "딸자식을 잘 키워야지 그러니까 잘 키워서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지 등의 2차 가해성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새벽이고 밤이고 찾아 와 합의서를 써 달라고 종용했다. 피해자 가족은 결국 합의서를 써 줄 수밖에 없었고, 밀양을 떠났으나 피해자는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우울장애와 폭식증세로 생계유지도 어렵다고 한다. 

영화 '한공주'와 드라마 '시그널'로 제작된 이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44명의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한 명의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신고하지 못하도록 범죄상황을 촬영해 ‘부모에게 발설하면 인터넷에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당시 검찰은 44명 중 범죄에 직접 가담한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만을 기소하고 나머지는 20명은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으로 전과가 기록되지 않는 소년부로 송치하고, 13명은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공소권이 없다고 풀어줬다. 다음해 기소된 10명도 소년부로 송치됐다. 재판부는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으나, 고등학생으로서 진학이나 취업이 결정된 상태이고 인격이 미성숙한 소년으로 교화 가능성이 적지 않아 소년부에 송치한다"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