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게임에 걸려든 尹 대통령
쉬워 보이는 이 게임은 간단하지 않다. 보통은 너무 뻔해 지나치치만, 가끔 때려잡고 싶은 유혹이 있다. 일단 걸려들기만 하면 바빠지게 되고, 지켜보는 이들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좌파 세력의 두더지 게임에 단단히 걸려든 형국이다. 이 대표로 대변되는 세력은 두더지가 고개를 내밀 듯이 쉴새 없이 이슈를 던지고, 윤 대통령 쪽에서는 연일 뿅망치로 두드려 보지만 소모적인 경쟁에서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점점 더 빠르게 미묘한 이슈가 고개를 드니 점점 더 망치가 빨라지지만 해소는 커녕 미제의 이슈들이 쌓여가는 판이다. 막 던지기 판에 접어든 이 대표로서는 공세를 취하는 포지션만으로도 충분히 유리한 국면을 점하고 있다. 어불성설. 제기하는 이슈마다 상식도 합리성도 없다. 그런 건 내다 버린 지 오래된 이 대표로서는 총선을 통해 뻔뻔함 인증까지 받은 터이니 뭐가 문제인가.
사실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부터 그랬었다. ‘대장동 몸통 = 윤석열’ 되치기에서부터 ‘김건희 여사 이슈들’로 이어지다가 ‘청담동 술자리’, ‘한동훈 딸’을 거쳐 급기야 ‘검찰 술파티’까지 온 것이다. 어느 하나 합리적 이슈는 없었지만 친명파와 언론들의 메가폰은 대단한 위세를 보였다. 무의미한 이슈들로 계속 옮겨 다니는 모습이란 두더지 게임을 꼭 닮았다.
더욱이나 비논리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어깃장에 아주 숙련된 이들이 스크럼을 짜고 들어오니 대응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급기야 총선 패배 직후를 노려 제기한 검찰 술자리 ‘회유-호소인’ 이화영의 처절한 이 대표 구하기 희생타는 밟아도 밟아도 타오르는 불씨를 묻어 둔 격이다.
이 대표가 이 게임에서 노리는 것이 유리한 포지션 정도로 본다면 큰 오산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힘 빼기 전략이나 인식 혼란 전술도 아니다. 만약 그 정도라면 동네 말썽꾸러기 장난 수준인 일련의 허접한 이슈들을 해석할 길이 없다. 단지 화를 돋우기 위한 유인 전술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데 힌트가 있다. 김의겸-이화영 등등 저들의 뒤에서 두더지를 마구 밀어내는 힘이 있다고 봐야 한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정쟁의 패턴으로 보이는가?
한 마디로 이것은 비빔밥 전략이다. 이미 지저분해질 대로 지저분해진 이 대표로서는 대통령이나 검찰과 한 덩어리로 비벼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상대의 수준을 자기 레벨로 낮추기만 한다면 대성공이다. 우파 지지자들에겐 시시비비 형국을 보여주고, 좌파 지지자들에겐 전투력만 보여주면 된다. 이건 진실게임이 아니라 단지 두더지게임이니까.
궁극적으로 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게임을 이 대표 자신의 법정 투쟁의 외연에서 오래 지속하는 것, 그리고 검찰과 여당을 포함한 이 정부를 진흙탕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아노미 상태와 갈등 구조가 증폭되면서 뿅망치질에 지친 상대가 정말로 중요한 임무를 게을리했을 때 마침내 저들은 칼을 뽑을 게 아닌가.
문제는 뻔한 이치를 넉넉하게 알만한 언론들과 정치평론가들조차 무의미한 두더지들을 진실게임의 잣대로 해석하면서 논란의 부피를 키우는 데 있다. 그런 여론현상을 업고 가벼운 두더지 게임을 시리즈로 준비한 것이 속 깊은 이 대표의 악마적 전략이다. 비빔밥을 만드는 것이 언론들의 일이다. 언론들의 사명은 하루하루 이슈 땟거리를 얻고, 또 이슈 속 그 누군가를 비웃는 일로 충분해 보인다. 가장 우스운 모양새로 변해가는 건 대통령과 검찰 등 이쪽이다.
이미 감성적으로 변해버린 검찰이 이 뻔한 게임에 휘말려 드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입증 책임이 있는 저들이 ‘술자리’ 증거를 제시하면 수사하겠다고 했으면 그만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 또는 야당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거기에도 최소한의 합리적 당위성이 필요하다. 정의롭지 못한 의견에 고심하거나 이를 받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두더지 게임의 의도였다.
두더지 게임기 전원을 뽑아버리고, 당장 이 게임을 접어야 한다. 의미도 승산도 없는 게임에 몰두할 이유가 없다. 무대응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파워-오프 전략이다. 그래도 계속 소모적인 이슈를 제기하면 아주 간단한 촌철살인 메시지 발표로 일갈하는 것이 이런 경우 여론관리의 모범 답안 아닌가.
조금 더 기다린다면 그 타이밍이 올 것이다. 무대응이 최선의 대응이 되는 그런 타이밍이다. 그것은 아마도 늦지 않은 시기에 복잡하게 진행되는 이 대표의 법적 다툼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급반전과 같은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어차피 총선은 패배했고, 국민의 심판은 이런 굴종을 포함하지 않는다. 어떤 선량한 국민이 대통령의 굴종을 원하겠는가. 상식적이고 선량한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믿음이 필요하다. 대선 TV토론에서 대장동 몸통 이슈에 대해 취했던 ‘윤석열 표’ 대범한 모드의 궤도에 빠르게 복귀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정의로운 믿음으로 그 자리에 섰고, 그 믿음으로부터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