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이 주는 메시지
- 미일 두 정상, 전 세계에 걸친 다방면 협력 체제 구축
2024년 4월 현재 세계는 냉전시대 이후 지금처럼 격변의 시기, 시련의 시기가 없었던 것처럼 혼돈의 시대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보보호주의 물결이 거세지고, 경제가 안전보장의 중핵으로 떠오르면서,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급부상함과 동시에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자도생(各自圖生) 혹은 각국도생(各國圖生)’의 시대에 들어섰다.
특히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민주당, 공화당 정권할 것 없이 보호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는 맹위를 떨치고 있어, 이에 맞물려가는 세계 각국, 특히 한국의 외교 정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미국 주도의 기존 세계질서에 도전장을 내밀며, 우뚝 솟아오르고 있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전방위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무역전쟁, 즉 경제전쟁을 펼치면서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을 끌어들여 압박의 힘을 키우려 하고 있다.
* 일본의 대한(對韓)인식
미국과 일본은 오랜 세월의 미일동맹을 더욱 더 결속시키면서 안보, 에너지, 우주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는 것으로 미일 두 정상이 합의한 것은 의의가 크다 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위치 매김이 어떤 형태냐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일본과 한국은 ‘가깜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있듯이 화학적 결속은 힘든 관계가 아닐 수 없다. 한국전쟁을 발판으로 경제성장의 일부를 채웠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급성장을 억제하듯이, 일본 역시 한국의 부상을 찍어 누르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한일관계이다.
미일동맹을 보다 견고하게 해서, 미국과 함께 국제질서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하는 일본이다. 주요 선진 7개국(G7)에서 유일하게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G7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중국이나 한국이 끼어드는 것을 일본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워싱턴을 국빈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매우 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양국의 동맹 강화를 통한 세계 질서 재편에 따른 리더의 역할을 구축해 나가기 위한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 미일 “군부대 운용의 일체화”와 양국 “글로벌 파트너” 자리매김
가장 먼저 주목할 사항은 일본의 자위대와 주일미군,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 사이의 부대 운용 일체화 문제이다. 인도태평양에서 군에 대한 운영 미일 일체화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움직임 중의 하나이다.
바디든-기시다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은 전례 없는 높이에 도달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회담 후 미일 양국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과제들을 다루는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일본 자위대와 미군을 보다 일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지위통제 방식‘을 재검토할 방침”을 결정했다. 주일미군은 현재 미국 하와이에 사령부를 둔 인도태평양군의 지휘를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육해공 자위대를 일원적으로 지휘하는 이른바 “통합작전사령부‘를 올해 말에 창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자위대와 공동작전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해 인도태평양군 사령부의 권한의 일부를 주일미군사령부로 이관시킨다고 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물론 중국의 대만통일 의지와 관계가 깊다. 대만의 유사시 대비책은 현실 맛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중국이 당장 대만 침공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나아가 일본의 입장에서는 국내 정치적 입장과 더불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도 미일의 즉각 대웅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그런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또 미일에서 미사일 등 장비품의 공동 개발, 생산을 확충해 나가기로 합의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계속해온 미국으로서는 장비의 생산능력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본이 생산체제를 보완한다는 의미가 있다. 처음에는 보완의 성격이 강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의 생산능력은 더욱 더 확장, 막대한 수출품으로 변신할 가능서이 매우 높아진다.
기시다 정권은 지금까지 ‘적의 미사일 발사 거점’을 공격하는 이른바 ‘반격능력의 확보’ 즉 적기 공격능력 보유를 목표로 삼았다. 지금까지 일본은 “미국은 창, 일본은 방패”라는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나 미국처럼 ‘창과 방패’ 모두를 확보하려는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적인 운용을 가능하게 하여 억지력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틀림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는 미일의 새로운 방위협력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자위대와 미군의 일체 운용을 함에 있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일본의 존립이 위협되는 '존립위기사태'에서는 자위대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미군 전투에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인정이 없이 미군의 전투를 지원하면 “무력행사의 일체화”로서 헌법과 배치되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정상회담의 성과는 방위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두 정상은 차세대 에너지로 기대되는 핵융합발전 기술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실용화하면 안정된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두 나라의 일치된 견해이다.
우주에 관해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일본인 우주 비행사 2명을 월면 착륙시키기로 결정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길지 모르겠지만, 미국이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이 만든 큐브위성을 달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해 왔으나, 정작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예산이 없다며 거절해 최종 무산된 것으로 지난 1월 확인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3년 10월 말 한국을 비롯해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현재 개발 중인 '아르테미스 2호'에 각국의 큐브위성을 실어 달로 보내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는 것으로, NASA 측은 약 100억 원 규모 비용과 함께 큐브위성을 제작해 조달하면 이를 달에 실어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이 제안을 받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간이 촉박해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NASA에 참여가 어렵다고 답했고, 결국 참여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황에서 과기정통부에서 국회에 추가 예산을 제안했지만 결국 국회에서 최종 예산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게 과학계의 의견이다.
경제안보에서는 우주산업이 매우 중요하다. 군사정찰위성은 쏘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나 희토류(REM=Rare Earth Metals) 등 중요한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도모하기 위해 선진 7개국(G7)에서 협력할 것을 확인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국가에 대해 중요한 광물 등의 무역을 제한하고 압력을 가하는 '경제적 위압'을 반복하고 있다. 다국 간 협력하여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이렇게 중요한 일에 한국은 두 손 놓고 있는 느낌이다.
* 경제력 발전소, 외교력의 중요성
국제정세는 혼돈이 거듭되면서 격변하고 있어 세계 각국은 외교력에 온 힘을 부어대고 있다. 한국의 외교력은 정권이 바뀌면서 3류 국가로 전락한 느낌이다. 미국, 일본 일변도의 외교방향은 ‘미래의 먹을거리’가 즐비한 거대한 중국, 러시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거대 시장을 놓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략이나 중동의 분쟁에 대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어 아시아의 안보에 마주할 여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틈새를 일본 정부는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만을 외치며 자칫 일본의 하청국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는 미국 총사령관, 일본 부사령관, 한국은 보병부대로서 미국이나 일본의 명령 하달에 의한 움직임을 한다면, 주권국가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사실상 피식민지 국가로 가는 것 아니냐는 깊은 우려가 있다.
중국이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패권주의적인 움직임을 강화하고, 북한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일본 여론이다. 특히 일본의 극우정권은 ‘대동아전쟁’을 떠올리며, 과거 일본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이른바 평화헌법을 개정해서 “전쟁 가능한 일본 만들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그동안 쑥 올라섰다. 그러나 이념 중심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다변화, 국방과학의 활성화, 연구개발(R&D)의 확충 등으로 한국의 독자적 능력이 다방면에서 발휘되고,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정권 교체와 함께 선진국이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위기일발의 시점에 처해 있다.
외교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경제, 군사 분야, 첨단 과학 등 다방면의 외교력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은 아프리카, 글로벌 사우스 등 신흥시장을 오래전부터 관리해 왔고, 중국은 아프리카, 태평양 섬나라, 남아메리카 등 전방위 외교력을 발휘해왔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이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외교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외교는 절대로 일방적이지 않다. 다층적이고 다방면이며 지속적이다.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국익을 위한 외교력은 겹변의 시대에 잽싸게 적응한다.
한국의 강점을 살리는 외교력이 필요하다. 약소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한국은 세계의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종교적, 이념적,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으로 군국주의도, 패권주의도 아닌 다자주의를 추구해온 한국이다. 다자주의를 버리는 순간 한국은 설자리가 별로 없다. 미국과 일본에만 매달리면, 미일의 하청국가 혹은 심부름이나 하는 나라로 전락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