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문제로 출발한 ‘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이유

- 히잡(Hijab)문제는 단순한 계기에 불과 -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 라이시 대통령은 거짓말쟁이, 가격인상 도미노 - 이슬람교는 국민 통제수단 ? 이슬람교라는 상자 속에 국민 가둬 놔 - “독재자에게 죽음을...” 시위 슬로건 갈수록 확산 - 시위 과정에서 현재까지 470명 사망(추정)

2023-01-09     정준영 기자
‘여성,

이란 수도 테헤란 최대 시장 그랜드 바자르는 인적이 끊길 줄 모르는 곳이다. 그곳은 언제나 호객해위가 극성이라 할 정도로 북적대는 시장터이다. 그곳에서는 날마다 치솟는 가격표의 숫자를 앞에 두고 살까 말까하며 망설이는 쇼핑객도 많다.

이란 여성들이 머리를 덮는 이른바 히잡(Hijab)'은 이란의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의 단순한 계기에 불과하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만 시작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했어도 먹고 사는 문제가 그 근저에 자리 잡고 있으면, 국민들은 폭발성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그는 단순하면서도 국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한 문장으로 설득력을 가진 것이다. 이란 국민들 모두가 진짜로 화가 난 것은 최악의 이란 경제 상황이다.

* 자고나면 가격 인상, 가격인상 도미노 라이시 대통령은 거짓말쟁이

미국의 경제 제재로 위기상황이었던 이란 경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더 악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고물가, 高物價)으로 몇 달 전 한국 원화 환산으로 약 8,700원 이었던 인기 상품 호두는 현재는 약 9,550원으로 약 9.8%나 올랐다. 당연히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고 한다.

하나 오르면 다른 물건이 더 오른다. 가격인상 도미노 현상이다. 주머니 속이 찬바람으로 가득한 서민들의 장보기는 갈수록 힘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테헤란 바자르 시장터 가게 앞거리에서 시위가 벌어져 치안부대와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치안부대가 쏜 컬러 볼(Color Ball)이 시위대 옷에 붙어 이른바 시위자들을 추적하고 체포하는데 혈안이었다. 컬러 볼을 맞으면 동그란 푸른 멍이 들 정도로 충격이 있다. 치안부대를 향한 젊은 시위자들을 보면, 경제가 이렇게 나쁘지 않으면, 시위의 규모나 강도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시장터 가게들의 임대료도 오는 2월부터는 약 2.5배나 뛰어오른다고 한다. 물론 일부 가게는 오름 폭이 그리 크지 않은 곳도 있다.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2021년 여름 취임 당시 약속한 경제회복은 실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그러자 시민들은 라이시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한다.

* 이슬람교는 국민 통제용 ?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이슬람 법학자 주도의 정치체제가 됐다. 여성에게는 국적이나 종교에 관계없이 히잡착용이 의무화되는 등 엄격하게 해석된 이슬람법이 사회생활을 꽁꽁 묶고 있다.

이란 혁명 이후 태어난 세대 가운데에는 이런 체제에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일부 이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오랜 전통의 이슬람교가 종교라기 보기보다는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강한 비판을 하고 있다. 국민들을 이슬람교라는 상자 속에 가둬 놓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들 시위대들 사이에서는 수선화를 나눠주기도 한다. 꽃을 나눠주는 것 자체가 시위를 찬성한다는 의미이며, 꽃은 페르시아어로 나르시스(narcis)’라고 하며, 여성들에게 많은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이란 혁명 40년이 넘으면서 시대는 바뀌었다.

젊은 세대는 매우 용감하고 사회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테헤란에서 히잡의 부적절한 착용을 이유로 쿠르드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풍기경찰에 구속됐다가 사망했다. 이란 전 국토로 항의 시위가 확대되고, 그 후 반정부 시위로 변모했다. 인권단체 조사에서는 치안부대와의 충돌로 지금까지 470명 이상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