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퀘어에 '한반도 평화법안' 비판 광고

하와이 시민단체 "북한만 이롭게 할 뿐"

2021-09-23     최성민 기자
하와이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북한 정권의 폭정을 고발하고 ‘거짓 평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광고 영상이 게시됐다고 VOA가 23일 전했다.

하와이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원코리아네트워크(OKN)’는 21일 뉴욕 42번가, 7번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타임스퀘어 옥외광고판에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의회에 전한다”며 “진정한 평화는 오직 진정한 자유로부터 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포옹 장면, 태극기와 유엔기 사진, 울부짖는 북한 주민의 모습과 핵폭발 버섯구름 영상이 차례로 송출되는 붉은 바탕의 대형 전광판에는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고 북한 주민을 해방하라”는 문구가 지나간다.

또한, 미 상하원에 계류 중인 “‘한반도 평화 법안(H.R. 3446)’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 (H.R. 826)’은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한다”며 “통과될 경우 궁극적으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는 경고로 이어진다.

‘한반도 평화 법안’은 민주당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안건으로,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미국인의 북한여행 금지 규정 재검토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상원 외교위 심의를 앞둔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은 2001년 기준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미국 국적의 이산가족도 북측 가족과 만나도록 주선하는 것이 골자다.

타임스퀘어 ‘1500 브로드웨이’ 건물 외벽에 광고 영상을 내보낸 ‘원코리아네트워크’의 이현승 워싱턴 지국장은 유엔총회의 하이라이트인 ‘일반토의’ 시작에 맞춰 북한 정권의 의도를 조명하고 효과적인 대북 입법을 촉구하고자 영상을 기획·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를 지내다 2014년 탈북해 2016년 미국에 정착한 이 지국장은 “‘한반도 평화 법안’에 담긴 종전선언은 유엔군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논리에 악용될 수 있고,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에 대한 규명과 처벌 없이 이뤄지는 북한여행 금지 해제는 미국인들을 다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법안’은 북한 정권이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가로막아온 장본인이라는 사실과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이용해왔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고, 북한 내 이산가족들의 자유로운 여행과 방북 미국인의 안전 보장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지난 5월 20일 한반도 평화 법안 발의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끝났다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정전협정에만 서명해 기술적으론 북한과 전쟁상태에 있고 이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현승 지국장은 해당 법안들이 나무랄 데 없는 명칭과 달리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도 지난 2017년 8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올린 30초짜리 영상을 통해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고 지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