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언급 현저히 줄어든 이유는?

전문가들 “내부 문제 집중, 핵 정책 변화 아냐"

2021-08-28     최창규 기자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에서 ‘핵 억제력’을 강조하는 공개 발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 핵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고 VOA가 28일 전했다.

북한은 지난 3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무력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핵 억제력’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도 현저하게 줄었다.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전국 노병대회’에 참석해 연설했지만 ‘핵 억제력’은 거론하지 않았다.

또 북한군 건군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말 ‘전군 지휘관·정치일군 강습회’를 주재하면서도 핵 무력과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고 지난 25일 ‘선군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현재 경제난 등 국내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코로나 관련 국경봉쇄, 자연재해, 식량난 등으로 ‘북한 경제가 엉망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런 국내 문제에 골몰해 있으며, 또 김정은의 건강 문제 또한 여전히 ‘큰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테리 연구원은 미국 새 정부 초기의 ‘북한 도발 공식’도 맞지 않는 등 북한은 현재 ‘특이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하며, 북한이 수사와 도발을 자제하는 데는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 미국과의 문을 열어 놓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의 켄 고스 국장도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 언급을 포함해 무력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은 경제가 중요해 김 위원장이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미국이 함께 행동한다면 외교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 등 ‘군사 우선’에서 벗어나 경제난 해법 모색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자신들이 도발한다면 외교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를 어떻게 상대할지 모색 중이라며, 미국의 시선을 끌기 위해 어느 시점에 다시 ‘벼랑끝 전술’을 쓸 수 있지만 지금은 그 단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그러진 핵 관련 수사가 북한 핵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거나 유연함을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단지 현재 경제 문제에 집중하며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한 향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을 뿐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도발적인 언사를 하는 것보다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이것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테리 연구원은 설명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미묘한 신호는 사실 아무 신호도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수사 자제 등을 기조 변화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희망 섞인 과도한 해석”이며 실질적 외교적 진전을 이끌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