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투성이 당신을 위로하는 연극 '조립식가족'

2021-07-28     고득용 기자
결핍투성이

멀쩡한 3명의 청년이 설 날 한 집에 모여 있다. 이들은 한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남매 같은 사이. 물론 보육원을 나와 자립까지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30대에 들어선 이들은 이제 제법 말쑥하게 사는 편이다. 평범한 직장인 ‘정식’, 택배 물류 사원 ‘희정’, 잘 나가는 청년 사업가 ‘모세’ 이 들은 설 명절 ‘정식’이네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정식’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었다. 멀쩡하게 자기 집을 놔두고 유부녀 ‘정미’가 정식이네 집에서 빌붙어 사는 것이다. ‘정미’를 사이에 두고 결국 이 3명은 실랑이를 벌이다가 각각 인물들이 숨기고 싶었던 아픔들이 드러나며 이 4명은 걷잡을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된다.

연극 ‘조립식가족’은 보육원을 퇴소한 청년들을 주인공으로 그린 연극으로, 언뜻 보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회사에 들어가 알뜰살뜰 모은 돈과 대출을 합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직장인 정식, 뉴스에 가끔 나올 정도로 청년 사업가로 잘 나가는 모세, 고등학교를 중퇴 했지만 좋은 성적으로 검정고시를 보고 택배 물류 사원으로 근무하는 희정. 이들은 보육원을 퇴소한 후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에 있어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간다. 

특별한 것 없는 이들은 설날이 되어 정식이네 집에 모이면서 최악의 설날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좋은 여자 만나서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며 잔소리를 끊임없이 해대는 ‘모세’, 설날인데도 약속도 잊은 체 술만 퍼마시는 ‘정미’, ‘모세’의 아슬아슬한 오지랖이 마음에 들지 않는 ‘희정’은 결국 한바탕 싸움이 나고‘정식’이 결국 악다구니를 써서 이들의 싸움을 멈추게 한다. 

이들의 싸움과 오지랖 속에는 결핍과 위로가 동시에 담겨 있다. 가족을 ‘만들어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삶이라는 것은 긍정만으로는 살기 어렵다. 그리고 사람들은 갈등과 결핍을 안고 살아가고 있기에 한참을 웃다가도 뒤돌아서면 쓸쓸하다. 그래도 하루하루 견디며, 매달리며 살아내는 것이 삶이다. 연극 ‘조립식가족’은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담담하고 명랑한 조화 속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결핍과 강박에 말을 걸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이들의 대사나 상황을 통해 보육원 퇴소 생들이 겪어야만 하는 사회 제도의 허점이나 심리적 공황도 엿볼 수 있다.

연극 '조립식 가족'은 다음달 14일, 15일 양 일간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티켓 예약은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기부 좋은 날, 체리’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