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안, 강도 혐의 벗었다

美 법원 "남은 5개 혐의로 신병인도 여부 결정"

2021-06-03     최성민 기자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안 씨에게 적용됐던 ‘강도’ 혐의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고 VOA가 3일 전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안 씨의 신병인도 심리 이후 공개된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안 씨에 대한 혐의 중 ‘폭력과 위협이 수반된 강도’ 혐의를 기각했다.

이날 심리를 진행한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에게 적용된 ‘강도’ 혐의에 대해 “이윤을 목적으로 재산을 취했다는 어떤 증거도 미 검찰에 의해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폭력과 위협이 수반된 강도’ 혐의로 안 씨의 신병을 인도해 달라는 미 검찰의 요청을 거부한다고, 로젠블루스 판사는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나머지 5개 혐의에 대해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와, 이를 인정할지, 또 안 씨의 주장을 고려해 최종 판결을 내릴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안 씨의 신병인도 여부를 판가름할 혐의는 불법 침입과 불법 감금, 위협, 부상 유발(causing injuries), 범죄조직 가담 등 5개가 됐다.

그동안 미 연방검찰은 안 씨에게 적용된 불법 침입과 감금 등 6개 혐의를 근거로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폭력과 위협이 수반된 강도’ 혐의가 심리에서 제외되면서 안 씨는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스페인 형사법은 폭력 등이 수반된 강도 혐의에 대해 사안에 따라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 혹은 3년 6개월에서 5년 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안 씨에게 적용된 다른 혐의는 대부분 1년 이하 징역형을 명시하고 있어 ‘강도’ 혐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범죄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의 혐의 관련 사안 외에도 범죄인 인도에 대해 ‘인도적’ 예외조항이 존재하는지, 또 이번 사건에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씨는 지난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납치극을 벌인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에 체포됐으며, 현재 스페인 신병인도 여부를 놓고 재판을 받고 있다.

안 씨의 변호인단은 지난 2월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 반박 문건’을 통해 습격사건이 실제로는 탈북을 희망하는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와의 협의 아래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사건 당시 탈북을 요청했던 인물들이 공포에 휩싸여 당초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뿐, 안 씨 등은 미국 법이 규정한 어떤 범죄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달 중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