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발니 석방' 시위…3천여 명 체포

도시 100여 곳에서 수만명 참여…푸틴 퇴진 요구도

2021-01-24     이준호 기자

러시아 경찰이 수감 중인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대 30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BBC가 24일 보도했다.

23일 열린 시위에는 시민 수만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나발니 석방 외에도 푸틴 대통령의 사임과 러시아의 자유를 요구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경찰들이 시위대를 구타하고 끌고 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앞서 나발니는 신경작용제에 중독돼 독일에서 5개월간 치료를 받고 지난 17일 모스크바로 귀국하자마자 체포됐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현지 비정부기구(NGO) 'OVD-인포'는 약 3,100명이 구금됐으며, 모스크바에서만 1,200명 이상이 구금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도시 100여 곳에서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10대 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했다.

로이터 통신은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열린 집회에만 최소 4만 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내무부는 시위대 수를 4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번 집회는 최근 10년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파악된다.

푸시킨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나발니에게 자유를!', '푸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여성은 BBC에 "러시아가 수용소로 변모했기 때문에 시위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시위에 참여한 세르게이 라첸코(53)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려워하는 것도 지겹다"라고 했다.

그는 "나 자신과 나발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가 없는 이 나라에서 살아갈 내 아들을 위해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도 시위에 함께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이 경찰차 안에 있다며 체포 사실을 알렸다.

나발니는 현재 모스크바에서도 보안 수준이 아주 높은 감옥에 수감돼 있는데, 지지자들은 이곳을 향해 행진하기도 했다.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도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경찰이 군중 속으로 달려가 시위대를 경찰봉으로 때리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시베리아 야쿠츠크시는 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는데 이곳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 앞서 러시아 당국은 강력하게 진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미시 등을 포함해 나발니 측근들이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