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감소…승진도 ‘하늘의 별 따기’

코로나19 타격 유통그룹 대폭 감축…두자릿수 줄여

2020-12-23     이준호 기자

국내 대기업의 임원 승진 규모가 해마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적잖은 타격을 입은 유통그룹의 임원 감축이 두드러졌다. 롯데그룹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 의지를 담아 승진 인사 폭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또 GS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의 승진 임원 수도 각각 10명 안팎 감소했다.

실제로 대기업 임원 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30대 그룹의 임원수는 961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명이 감소했다. 삼성을 제외하면 29명이 줄었다.

23일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중 2021년 정기인사를 발표한 18개 그룹의 승진 임원을 조사한 결과, 이들 그룹의 승진 임원수는 사장단 31명, 부사장 이하 1544명 등 총 15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29명(1.9%) 증가한 수치로, 부사장 이하 승진자가 1년 전보다 36명(2.4%)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반면 사장단 승진자는 31명으로 7명(18.4%) 줄었다. 사장단 승진 규모는 △2017년 60명 △2018 년 58명 △2019년 50명 △2020년 38명 등 지속 감소하고 있다.

기업들은 과거 외형성장을 목표로 대규모 임원 승진과 교체를 단행한 것과 달리 최근에는 내실경영과 신사업 확장을 위해 성과주의에 기반한 ‘핀셋 인사’로 인재를 등용하고 있다. 3·4세 경영체제가 본격화한 가운데, 승진 규모는 최소화하고 퇴직 임원수를 늘리면서 경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실적 호조에 힘입어 승진폭을 확대한 삼성그룹을 제외하면 대기업의 사장단과 부사장 이하 임원 모두 승진 규모가 축소됐다. 17개 그룹(삼성 제외)의 2021년 임원 승진자는 1150명으로 전년 대비 2.3%(27명) 감소했다. 올해 사장단 승진 임원은 22명으로 작년보다 29%(9명), 부사장 이하는 1128명으로 1.6%(18명) 각각 줄었다. 2019년에 비해서는 임원 승진자가 351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의 2021년 승진 임원수가 86명으로, 전년(170명)보다 84명(49.4%) 줄어 감소 수가 가장 컸다. 지난해 대비 사장단은 66.7%(2명), 부사장 이하는 49.1%(82명) 줄어든 규모다.

한화그룹의 임원 승진자수도 작년 135명에서 올해 109명으로 26명(19.3%) 감소했다. 부사장 이하 임원의 승진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신세계, GS, SK그룹의 2021년 승진 임원수도 작년에 비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부사장 이하 승진자가 1년 새 17명(39.5%) 줄어 26명이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의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 51명에서 올해 36명으로 15명(29.4%) 줄었고, GS그룹(29명, 전년 대비 13명 감소)이 감소 수로 뒤를 이었다. SK그룹도 2021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지난해보다 10명(8.5%) 감소한 107명을 승진시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유통그룹 중 가장 적은 29명(사장단 1명, 부사장 이하 28명)의 승진 인사를 냈다. 사장단은 작년보다 1명(50%), 부사장 이하는 8명(22.2%) 줄었다.

반면 삼성그룹은 코로나19에도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을 반영해 승진자를 대폭 늘렸다. 삼성그룹의 2021년 승진 임원은 전년 대비 56명(15.2%) 증가한 425명이었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조사대상 전체 임원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LG그룹은 올해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신규 임원을 배출했다. 지난해에 비해 12명 늘어난 사장단 5명과 부사장 이하 172명 등 총 177명을 승진 명단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