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홍콩 민주투사 “본토 억류됐었다”

알렉산드라 웡 “투쟁 포기하지 않을 것"

2020-10-19     성재영 기자
알렉산드라

'웡 할머니'로 잘 알려진 홍콩의 한 민주화 운동가가 14개월 만에 다시 나타나 자신이 그동안 중국 본토에 억류돼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BBC가 18일 전했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추진하면서, 2019년 여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본격화됐다.

당시 알렉산드라 웡(64)은 시위 현장에 자주 등장했다. 그가 영국 국기를 흔드는 모습은 여러 차례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웡은 지난 17일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은 지난해 8월 중국과 홍콩의 접경 도시인 선전에서 체포됐으며, 공안 당국에 의해 앞으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시 지방으로 '애국 여행'도 다녀왔다면서, 그곳에서 오성홍기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돌아다니면서 애국가를 부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자신이 사는 집이 위치한 선전에 머무르는 조건을 달아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말했다.

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여간 사실상 가택 연금 상태에서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선전 공안당국에 의해 "행정적, 또 범죄적 이유"로 총 45일 동안 구금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안에서 죽을까 봐 두려웠다"고 당시 심정을 표현했다.

웡은 공안당국이 그에게 카메라 앞에서 고문당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다시 시위에 참가하거나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강요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민주화 운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글로 쓸 것을 강제로 요구 받았다며 이는 "내사 살면서 경험한 가장 최악의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웡은 산시 지방으로 '애국 여행'을 다녀온 후에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그 어떤 법적 문서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 9월 말에 그는 공안당국으로부터 다시 홍콩에 가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오지 않는 한" 다시 선전으로 돌아갈 "용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아무런 희생 없이 권위주의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