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한국 망명, 김정은에 큰 타격”

북, 해외 파견 외교관 감시와 통제 강화할 듯

2020-10-07     성재영 기자
조성길

2년 전 임지에서 잠적했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을 확인하며, 한국 당국이 그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국가정보원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8년 11월 임지인 이탈리아에서 부인과 함께 갑자기 사라져 행방을 놓고 관측이 무성했었다.

북한 전직 외교관인 A씨는 “김정은이 상당히 격노했을 것”이라며 “향후 미북 회담을 의식해 국제적으로 크게 떠들지는 않겠지만, 해외 파견 외교관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훨씬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VCOA가 7일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에 망명한 북한 외무성 출신 정통 외교관은 6명 정도이며, 무역 관련 외교관 10여 명, 보위부와 서기실 등에서 파견돼 외교여권으로 활동하다 망명한 인사 10여 명을 합해 대략 25명이 한국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는 1991년 망명한 고영환 전 콩고대사관 1등 서기관, 1996년 망명한 현성일 잠비아대사관 3등 서기관, 김동수 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북한사무소 3등 서기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등이 포함돼 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앞서 지난해 1월, 조성길 대사대리 부부의 잠적 후 동료 탈북민, 원로 정치인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가 그의 가족의 안전과 한국행을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었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뒤늦게 알려진 배경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전 때문에 그가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당시 부모와 함께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탈리아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성명을 통해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잠적한 지 나흘 만에 딸이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통보를 북한 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당국은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에 대해 6일 현재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