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 요청에도 대화 재개 않을 것”

미 전문가들 “공무원 사살은 한국과 한국 국민 멸시”

2020-09-29     성재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을 계기로 남북한 간 대화가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29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회의에서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상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을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이번 사건이 남북한 간 대화와 협력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한이 유사 사건의 발생을 막기 위해 해법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대화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남북 군사통신선을 복구할 것을 북한 측에 제안했다.

남북한 간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여전히 북한이 남측의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군이 상부 지시로 한국 국민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남북한 간 대화와 협력의 계기로 삼자고 결론 내린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충격적이라며, 북한이 무력한 한국 국민을 피살한 것은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멸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천안함 사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은 수년간 한국과 한국 국민, 한국과의 “대화와 협력”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 역시 남북한 간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북한의 통지문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의 처리와 대응을 비난하는 데 중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에서 공개한 북한의 통지문에 따르면, 북한은 사과의 뜻을 전하기 이전에 한국의 군 당국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등의 표현을 썼다고 언급하며, 이에 대해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수 김 분석관은 이어 북한이 부유물을 소각하고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한국이 이러한 북한의 발표를 믿고 사건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등 여러차례 남북공동조사가 불발됐듯이 이번에도 북한은 공동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남북 군사통신선이 재개된다 해도 북한은 자국의 이익만 취할 뿐 한국에는 큰 소득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패트리샤 김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이번 북한 측 사과를 문 대통령이 남북한 관계에 희망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북한이 공동조사와 남북 군사통신선 복원 요청에 응답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앞으로 몇달 간 이어질 북한의 행보가 향후 새롭게 선출될 미국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통해 미북 간 협상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