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美 사령관들 “백선엽 장군은 나의 스승”

“대한민국 생존과 번영에 막대한 기여”

2020-07-13     성재영 기자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했던 퇴역 4성 장군 4명이 VOA를 통해,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백선엽 장군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백선엽 장군과 오랫동안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백 장군을 “누구보다도 부하를 사랑했던 지휘관”으로 기억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한 틸럴리 전 사령관은 “백선엽 장군이 연합사령부 참모들을 이끌고 비무장지대(DMZ) 인근을 걸으면서 한국전쟁 당시 부하들이 배치됐던 위치를 가리키며 개별 병사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했다”고 회고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백선엽 장군의 사망은 한국과 한미 동맹,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이어 백 장군을 “영웅”으로 지칭하면서 “외교관이자 애국자였고 친구였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을 지낼 당시 백 장군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고 소개하면서 “그는 나의 스승이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친구이자 지도자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백선엽 장군이 ‘미-한 안보세미나 프로그램’을 창설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그는 언제든 연합사령부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던 군인 중의 군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 복무했던 우리들 모두와 나에게 너무나 중요했던 분을 잃은 데 대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백선엽 장군을 아는 모든 이들은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했던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백선엽 장군을 “한국군의 아버지”로 평가하면서 “미국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미군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것과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백 장군이 한국전쟁 당시 침략자인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에 대항해 혼란스럽고 극도로 불확실한 전투 작전 속에서 한국군을 거듭 승리로 이끌었던 것은 조지 워싱턴의 독립전쟁 승리와 비교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벨 전 사령관은 “백선엽 장군은 전술과 작전에 매우 능했고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였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영감을 주는 전투 지도력과 영웅적인 근접전투를 통해 병사들을 이끌고 결집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벨 전 사령관은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지낼 때 백 장군과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한국전쟁의 교훈을 전수했고 두 번이나 나를 데리고 전투지역을 차로 돌며 가르침을 줬다”고 회고했다.

벨 전 사령관은 “퇴역한 뒤에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백선엽 장군을 방문해 위대한 전사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가 조국의 생존과 평화적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한 데 대해 감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의 위대한 군사 지도자 중 한 사람을 잃었고, 나는 진실한 친구를 잃었다” 고 애도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에서 복무한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백선엽 장군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매우 슬프다”면서 “그는 지난 70년 동안 한미동맹을 강화했고 동맹이 깨지지 않도록 만든 진정한 영웅이자 애국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을 때 백 장군은 나의 가까운 친구이자 스승이었다”면서 “나는 언제나 그의 통찰력과 현명한 조언자 역할을 존경했다”고 설명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백선엽 장군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보에 전념한 매우 헌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높이 평가했다. 또한 “그는 자유의 가치, 그리고 희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며 “오래 지속될 유산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하며 백선엽 장군의 말년을 함께했던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 동맹의 진정한 영웅 백선엽 장군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어 “나는 1996년 이래 백 장군을 여러 차례 만났고, 그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광으로 생각했다”면서 “지난 몇 년간은 백 장군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했다”고 소개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나는 수십 년 동안 백 장군을 존경해왔다”며 “그의 사망은 미-한 동맹에 깊은 손실이며, 진정한 역사의 한 부분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백선엽 장군의 명복을 빌며 그가 전장에서 이끌었던 많은 전우들, 그리고 그를 존경하며 함께 복무하다 먼저 떠난 전우들과 더불어 영원한 안식을 얻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