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부모 “북한 태도 변화가 목표”

“우리가 겪은 비극, 긍정적인 힘으로 바꿀 것”

2020-07-09     성재영 기자
북한에

지난달 아들의 사망 3주기를 맞았던 오토 웜비어 부모가 자신들의 겪은 비극을 긍정적인 힘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8일 VOA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과 아내 신디 웜비어 씨가 함께 경험한 비극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이 세상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기를 바라는 합리적인 사람으로서, 자신들이 처해진 비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자신들만 이런 비극을 겪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고 그 방법은 바로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 등 북한 정권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또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바로 자신들이 택한 길이며, 험난하고 시간이 걸리며 좌절스럽겠지만,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대학생이었던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5년 12월 북한 여행길에 올랐다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뒤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2017년 6월 혼수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엿새 만에 숨졌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웜비어 부부는 아들의 사망 3주기를 맞았다.

신디 웜비어 씨는 북한을 대상으로 왜 법적 행동을 취하기로 마음을 먹었냐는 질문에, 이것이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물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행동에 나서주기를 영원히 기다릴 수 없기에 법적인 체계를 통해 스스로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로 했다는 것이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자신들의 목표는 북한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의 지배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여기에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을 불법으로 임대해 영업 중이던 숙박업체 ‘시티 호스텔’을 예로 들었다.

2007년부터 운영돼 온 시티 호스텔은 그동안 북한의 외화벌이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 왔으며, 결국 지난 1월 베를린의 행정법원이 현지 북한대사관 건물을 빌려 영업 중인 숙박업체에 대해 영업 중단을 판결했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아내와 자신이 이 불법적인 기업 활동을 폐쇄하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자신들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들을 조롱하곤 하지만, 결국 그들도 독일의 법원에 가야 했고 독일의 법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됐다는 것이다.

한편 웜비어 부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끌려갔던 한국군 포로들이 한국 법원에서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벌이고 승소한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두 명의 용기 있는 사람이 북한 정권에 맞섰고, 법의 지배 하에 그들에게 도전했다며 이는 자신들 부부가 북한에 대해 맞서고 있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폴란드, 러시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북한이 대사관 영역 내에서 운영 중인 네 곳의 불법 기업이 있다며, 그곳에 대한 상황 파악을 먼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