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병 숨기면 의료지원 어려워”

“질병에 압도되면 정권 종말 맞이할 것”

2020-04-08     성재영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위기 속에서 북한에 기존과 완전히 다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최근 ‘코로나 청정국’을 내세우는 북한 당국에 “세계가 북한을 도울 수 있도록 놔두라”고 호소했다고 VOA가 8일 전했다.

대북 제재 여부와 별개로,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북한의 주장과 불투명성이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에 특히 큰 피해를 입혔던 천재지변이나 식량난 등과 달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전 세계를 ‘외부지원 필요국’으로 만들어 북한 특유의 ‘과장’을 받아줄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미국이나 서부 유럽 등 부유한 나라들도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의료 활동으로 힘겨워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대량 감염으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는 한,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나라를 돕기 위해 자국민을 제쳐놓고 나설 나라는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맞서 의료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진단키트 등 방역용품 수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지원 단체들도 자원 배분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발병 사실을) 부인하는 북한과 논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재원을 다른 데로 돌려 그런 지원을 환영하는 다른 빈국을 돕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인도주의 기구들은 북한이 외부 지원에 대해 가하는 갖가지 제약을 20년 동안 경험해왔다”며 “많은 제약을 우회하는 방법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에 지원이 닿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생명이 걸린 사례에 대해 국제기구와 공여국들은 북한 내에서 현지 실태를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수년 간 구호 기구들은 그런 목소리를 내면 북한에서 추방될 것을 두려워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지원을 요청했고 김정은도 북한이 질병으로 뒤덮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지렛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질병에 압도되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