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상징적 역할 그칠 가능성”

전문가 ”美에 강경 메시지 발신용 인사”

2020-01-20     성재영 기자
리선권.

북한의 외교 정책과 전략을 총괄하는 외무상에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임명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미 비핵화 협상을 포함한 북한의 대외 전략이 대폭 수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데일리NK가 20일 전했다.

미국 NK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주재 외국 대사들에게 새 외무상으로 리선권이 임명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북한 당국이 리선권 전 조평통위원장의 외무상 임명을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 대사관에 통보했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일 데일리NK에 “북한의 구조상 리수용이 막후에서 외교 전략을 조정하면서 리용호가 전체 정책을 전체적 살피고 최선희가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리수용과 리용호의 해임은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무성 총 책임자가 바뀌었으니 새로 임명된 김형준 국제부장이 외무성을 재편하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외교 경험이 없는 리선권이 끼어들면서 북한의 외무성의 구조가 복잡해졌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현재 외무성의 실질적 총괄자인 최선희 제1부상은 당중앙위원회 위원이면서 동시에 국무위원회 위원이어서 외무성에서 보직은 아래지만 정치적 입지는 리선권보다 높다. 리선권이 외무상으로서의 역할을 본격화하면 최선희와의 역할 분담에 있어서도 갈등이 예상된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실제로 북한 외교 상황에 능통한 고위급 탈북민도 “외무성 성원들은 자존심이 세고 자긍심이 상당하다”며 “김정은이 직접 임명한 인사이기 때문에 대놓고 반발할 수는 없겠지만 실질적으로 리선권이 외교 업무에 개입한다면 잡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외무성 내부에서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에 대한 불만이 실무적 갈등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리선권이 외무성에서 실무적 경험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리선권은 대외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상징적인 인물로만 역할을 하고 실제로는 최선희가 외무성의 핵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이 발전권과 생존권을 선 보장하지 않으면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인사로도 보여준 것”이라며 “강경파인 리선권을 외무상에 앉혀 대외적으로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리용호 외무상이 직접적인 실무를 담당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무는 최선희가 이어가면서 리선권은 상징적인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김정일 시기 백남순 외무상은 대외 상징적 역할만하고 실제 외무성의 주요 업무는 강주석 제1부상이 총괄했던 전례가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제1부상이 최고지도자의 신임을 받고 전면에 활동한 것이지만 정치적 위상이 실제 보직과 역전된 상황은 아니었다. 이같은 상황이 문제가 된다면 리선권의 정치적 직함을 상승시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