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오은주 선생, 소설집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

가족 해체의 서사적 의미

2019-05-18     김동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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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오은주 선생이 최근 소설집 '잠든 정원으로부터'를 도서출판 ‘개미’에서 출간했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 '잠든 정원으로부터'를 비롯 '거울 그림자', '오후 4시', '마음의 방', '방문객들', '달그림자', '버지니아 울프의 돌들'등과 스마트소설 '신부대기실', '벚꽃동산', '섬광 바라보기', '그녀들의 석양 미팅', '120만 원', '오래된 부인', '여름 나들이', '심연의 방문객들', '시적인 53년식 남자 K'등이 실려 있다.

이 작품집은 오은주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박덕규 문학평론가 해설에 의하면 ‘그동안 페미니즘 소설 쓰기로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인간본능과 내면적 복합성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직설’하고 있다.

'잠든 정원으로부터'에 수록된 작품들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 돈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인간군상들의 모습과 그 내면을 파고든 작품들이다. 그 누구도 이 막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관한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거울 그림자', '마음의 방', '방문객들', '달그림자'등의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둘째,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속박과 자유와 내면성장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오후 4시'는 인생의 오후 4시에 다다른 중년남자의 미묘한 내면을, '잠든 정원으로부터'는 사랑과 미움이 얽혀있는 모녀관계를 소재로 했다.

셋째, ‘버지니아 울프의 돌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스마트 소설들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삶의 무게처럼 돌을 주머니에 넣고 강으로 향했듯, 우리네 삶도 제각기 운명을 끌어안고 가야함을 상징했다. 스마트 소설은 길이와 주제접근법이 짧고 심층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실험적인 기법들도 다소 사용했다.

오은주 작가 소설의 ‘통속’은 그것을 서사의 뼈대로 삼되 그 내용을 성찰하는 시선을 유지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그런 ‘통속’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한다. 이는 ‘통속’을 동원하고도 ‘막장드라마’의 그것과 같은 ‘우연성’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짐작되는 바다.

오은주 소설의 ‘통속’은 ‘대중적으로 저속하게 읽히는 흥미로운 스토리’의 한 단면을 내세워 우리 사회의 저속성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참으로 타락한 현실에 사는 존재임을 일깨우는 일종의 ‘방법적 통속’이라 할 수 있다.

‘함께 살면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가족’에서 ‘떨어져 살아도 돈은 있어야 행복한 삶이 되는 가족’으로 변모된 가치관! 그런데 실은 이 같은 변모가 글로벌시대 이후에 급진적으로 나타난 사회현상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작가 오은주 소설은 이미 이렇듯 달라진 가족관계를 재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현실이 배태된 과정을 아울러 성찰함으로써 ‘문제제기적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실현한다. 문학평론가 박덕규 단국대 교수는 작품마다 이렇게 좋은 해설을 하고 있다.

소설가 오은주 선생은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순문예지 <<현대문학>>에 '늪', '저녁 산행'등이 추천완료되어 소설문단에 데뷔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가 있고, 2011년 한국소설작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화콘텐츠21 운영위원, 투데이신문사 객원기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