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사예술회관에서 소리극 '불우헌 몽유록' 공연한다

- 이달 25일~ 26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 당신은 당신의 봄을 찾았습니까?

2018-12-19     홍의현 기자

홍진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 어떠한고! 옛사람 풍류를 미칠까 못 미칠까, 수간모옥을 벽계수 앞에 두고 송죽 울울리에 풍월주인 되었어라!”

아름다운 봄을 예찬하고 고고한 선비정신을 노래한 불우헌(不憂軒)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이 정읍시립국악단에 의해 구성진 소리와 아름다운 춤사위의 소리극 공연으로 부활하여, 오는 25일 오후 3시와 26일 오후 5시에 정읍사예술회관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불우헌 몽유록>(주호종 연출, 사성구 작)은 정극인이 파란만장한 난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춘곡을 빚어내는 힘겹고도 눈부신 과정을 통해, 역시 광풍이 휘몰아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여기 우리들에게 과연 ()’의 의미는 무엇인지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정극인은 번거롭고 어지러운 속된 세상의 정쟁(政爭) 속에 부대끼며 살다가, 모시던 주군이 폐위 당하자 정읍으로 낙향하여 상춘곡을 묵묵히 써내려갔다.

어쩌면 그의 호처럼 불우(不憂)’, 근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 속 울분을 이겨내기 위하여 을 노래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작품 <불우헌 몽유록>에서 노래하는 봄은 단순히 화창하고 아름답기만 한 자연의 봄이 아니다.

여기서의 봄은 잃어버린 꿈이며, 당대 백성들이 추구하고 갈구하던 이상향이다. 언제나 고통스러운 겨울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공연에서 활짝 피워내는 은 그래서 의미가 더 새롭게 다가온다.

사성구(중앙대 겸임교수)작가는 정극인이 찾고자 했던 봄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몽중몽(夢中夢)’, 꿈속의 꿈이라는 전통서사방식 몽유록의 흥미로운 극적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판소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한승석(중앙대) 교수가 공연의 작창을 맡았고, 최고의 안무가 박성호(국립국악원무용단) 총무가 춤사위를, 유찬미(중앙대) 강사가 편곡을 맡았으며, 정읍시립국악단의 강행복 지휘자가 아름다운 음악을 조율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고의 소리꾼에서 최고의 연출가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아온 주호종 연출이 정읍시립국악단의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만든 첫 소리극 공연이어서 그 기대가 더욱 크다.

소리극 <불우헌 몽유록>은 탁월한 소리와 몸짓으로 눈부신 봄날의 흥과 풍류를 오롯이 담아내면서도, 해학과 풍자를 섞어 차디찬 겨울에도 봄을 기다리며 깨어있는 시대정신을 메시지로 던짐으로써 이전에 없던 새롭고 매력적인 정읍의 브랜드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