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시민을 다시 뭉치게 하는 스포츠의 힘..

지도자의 다정스런 말 한 마디는 시원한 물보다 더 시원하게 목마름을 축여준다

2018-09-04     이강문 대기자

며칠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맑은 가을 햇살이 하늘을 가득 채운다. 그토록 폭염에 진저리를 치던 사람들의 마음에 소나기 한줄기는 그토록 달콤한 것이기에 그렇다.

우산을 들고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들고 있는 우산의 색깔이 다르듯 그들의 속마음도 다를 것이다. 세월이 마냥 훅훅 지나가는 것을 모르면서 그저 가을이 빨리 왔으면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아무리 폭염이라도 세월이 멈춰줬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 더우면 덥다 추우면 춥다고 간사한 것인지도 모른다. 비가 내려도 어떤 사람은 비가 내리는 것에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오랜만에 내리는 빗소리에 감흥에 젖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내 내릴 것 같은 비는 그치고 맑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보람 된 일을 찾는 것이 진실임에도 우리는 그것보다 현실에 불만과 만족을 찾으면서 세월이 흘러가는 것마저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렇다 불행만큼 우리의 영혼을 자극해 주고 수확을 가져다주는 것은 없다. 불행의 뒤에는 반드시 행운이 따르니까....,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들’로 유명한 칼레는 프랑스 북부의 작은 도시다. 예전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항구로 관광산업이 번창했으나 경기 침체로 도시 전체가 깊은 시름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프랑스 컵 축구 대회에서 칼레의 시민들은 아직도 ‘칼레는 살아 있다’는 것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렸다.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 칼레 팀이 연봉 수백억을 받는 선수들로 가득한 프로 팀들을 모두 물리치고 결승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칼레 팀 선수들은 장식품가게의 종업원, 정원사, 청소용역회사, 난방기구 수리원, 시 공무원, 체육 교사, 대학생 등 모두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며 취미로 축구를 즐기는 순수 아마추어였다.

칼레 팀이 2만개가 넘는 축구팀이 있는 프랑스에서 쟁쟁한 프로팀을 꺾을 때마다 칼레 사람들은 지난날의 소외와 가난을 위로 받았고 칼레의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전 유럽에서는 칼레 팀의 소식을 듣고 감동하여 응원하러 원정을 오는 사람들과 격려의 편지가 줄을 이었다. “브라보 칼레!”

프랑스 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결승전에서 칼레 팀은 1대 1의 상황에서 경기종료 1분을 남기고 지난해 우승팀인 낭트 팀에게 아까운 역전패를 당했다. 결국 신화는 아쉽게 끝나고 말았지만, 그러나 그날의 주인공인 우승팀이 아니라 단연 칼레 팀이었다.

무에서 유를 이룩한 아마추어의 기상이 프랑스인과 유럽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불어넣은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한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 비록 졌지만 칼레는 하나가 될 수 있었고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승자가 부럽지 않다.” 잡동사니 선수들이 모인 아마추어 선수단의 결승은 침체된 칼레 시민을 다시 뭉치고 일어나게 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스포츠가 시민들을 하나 되는 과정에서 칼레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필자는 문득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을 생각해 본다. 만년 꼴지 수준인 베트남이 아시안 게임에서 4강까지 이르게 한 축구가 베트남을 뒤흔들었던 것이다. 지난 아시안 게임에서 종합 2위를 했던 우리나라가 2위 자리를 일본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렇게 스포츠는 한 도시를, 한 국가를 다시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자리에 지도자라도 다정스런 말 한 마디는 시원한 물보다 더 시원하게 목마름을 축여준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누가 따뜻한 말을 해 줄 것인가. 왜 자꾸 전 정부를 닮아 가는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줘야 하는 것이 지도자들이, 정치인들이 용기를 불어 넣어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