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북한은 적’ 표현 삭제 전적으로 한국결정 사항

‘적’표현 삭제는 ‘필요하다’와 ‘북한 오판 불러들일 수 있다’며 엇갈린 반응

2018-08-23     김상욱 대기자

한국 국방부가 올해 말 발간 예정인 “2018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적”으로 지칭하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미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비무장지대에 있는 감시초소(GP)10개를 철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역시 한국 정부의 결정사항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각) 한국 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에서 감시초소(GP)를 철수하고, 올해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 삭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것은 한국 정부의 결정 사항이라고 답했다”고 대북 전문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가 23일 보도했다.

로건 대변인은 (한국의) 국방백서는 한국 정부의 문서이며, 우리는 동맹이지만 국방백서에 어떤 내용을 넣고 어떻게 표현할 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잘라말했다.

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 간담회에서 한 발언, 즉 감시초소 철수는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도움이 되며, 그런 한국 방어라는 측면에서는 우려도 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로건 대변인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국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 표현 삭제는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남북한 간 모든 것이 상호적으로 이뤄지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이 만일 5개의 감시초소를 철수하면 북한도 5개의 감시초소를 철수하면 된다. 이것은 상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소 위험할 수 있지만 중대한 위험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군이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지칭한 표현을 삭제하면, 북한도 한국과 미국을 적으로 표현한 것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을 영원한 적으로 불러왔다면서 한국이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한다면 북한도 주민 사상교육 자료 등에 한국과 미국을 적으로 표현한 것을 삭제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문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백서는 2년 만에 한 번씩 발간하는데 지난 “2016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의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었다.

따라서 한국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군사적 위협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협상에 나선 현 국면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반면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성급한 조치”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북한의 오판과 안보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있는 한미동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미국 국방부는 이과 관련 모든 것은 한국 정부의 결정사항이라며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