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마하티르, 중국에 ‘신(新)식민주의 바라지 않아’

중국 역시 '속 쓰림 속내' 안보이려 노력

2018-08-21     김상욱 대기자

나이 90세가 넘어 정계에 뛰어들어 총리 자리에 다시 오른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는 리커창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와 관련 말레이시아 내의 중국의 철도건설 사업 중단을 고려한 듯 “우리의 재정상의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5월에 총리를 복귀한 이후 나집 라작 전 총리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추진했던 총 사업비 약 200억 달러(약 22조 3천 520억 원)의 ‘동해안철도(ECRL)' 등 중국이 주도하는 인프라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 대중(對中)의존도를 높이고 부채를 증가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마하티르 모하마르 총리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식민주의는 원치 않는다. 가난한 나라가 부유한 국가와 다투기는 어렵다”며 베이징이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나타내며 중국을 견제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최대 교역 상대국은 물론 중국이다. 당연히 본격적으로 말레이시아-중국 관계의 악화를 피할 필요도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정부는 “우호적인 대중정책‘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 측에서도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주변국과 평지풍파를 일으킬 필요가 없기에 이를 극력 피하고자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마하티르 총리의 중국 주도의 프로젝트 중단에 따른 ‘속 쓰림’을 내보이지 않고 “(양국이) 우호를 계속하는 적극적인 신호를 세계에 발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말레이시아의 농산물 수입을 크게 늘리겠다는 방침을 보이는 등 양국 간의 우호관계의 지속 노력 모습을 보였다.

앞서 마하티르 총리도 18일 중국 전자상거래 최대기업인 알리바바 집단이 근거지를 둔 저장성 항저우를 방문, 잭 마 회장에게 말레이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하티르 총리는 항저우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곧바로 베이징으로 가지 않는 등 당초의 예정을 변경해 상하이까지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퍼포먼스(Performance)를 보였다. 노련한 외교 현장의 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