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의 상당한 오해

군축 없는 신뢰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2018-07-13     지만원 박사

송영무 국방장관이 7월 12일, 그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했다는 말이 귀에 거슬린다. “현 단계에서 남북 간 군축논의는 시기상조다. 남북 간에는 신뢰구축이 우선이다. 신뢰구축이 안 되고 군축 이야기가 나오면 서로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두 당사자 간에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지와 무지혜의 소산이다. 적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그 국가가 먹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신뢰를 먼저 쌓아야 군축을 할 수 있다는 말은 곧 신뢰가 군축의 전제 조건이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현실은 군축이 신뢰의 전제조건이다. 마음 먹기에 따라 상대방을 기습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상태에 있는 적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군축 없는 신뢰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1970-80년 미국과 소련은 매년 군축회담을 했다. MBFR(Mutually Balanced Force Reduction), 상호균형군축 회담이었다. 이 군축회담조차 상호불신으로 아무런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미국과의 군비경쟁에서 경제를 파탄당한 고르바초프가 1988년 12월 7일, UN에서 일방적인 군축을 발표함으로써 동서 냉전이 사라지고 세계적인 군축이 도미노 현상처럼 확산됐다.

지금 이 시기에 어떤 사람들이 군축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송영무의 말대로 지금 이 상태에서는 군축이라는 주제가 현실성이 없다. 군축이 유일하게 가능한 시기는 남북이 UN에 의해 영구분단 되는 두 개의 국가로 강요될 때뿐이다. 그때의 군축은 UN의 주재로 강제돼야 가능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군축은 영구분단 시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 이외의 상태에서 군축을 꺼내는 것은 단연 정치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임으로 경계해야 한다. 군축을 하려면 미국에 영구분단 체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