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 한국 측 조언으로 CVID 후퇴시켜

미국, 북한 비핵화 접근법 ‘단계적’으로 변화

2018-07-05     김상욱 대기자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번 주 평양을 첫 방문하지만, 북한 비핵화를 둘러싸고 “전부 아니면 제로(0)”라는 식의 접근 방식은 유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서 1.5일 정도 머물면서 비핵화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만 약속하고,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당국자는 합의의 구체화에 매달려왔지만, 미 당국의 소식통에 따르면, 진전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 또한 강경에서 유연한 방향으로 전환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핵개발의 완전 포기를 제재완화의 조건으로 해왔으며, 폼페이오 장관도 미-북 정상회담 전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이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런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방문 직전에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들고 나왔다. 즉 불가역적인(Irreversible) 것 대신에 검증에 방점을 찍었다. CVID는 사라져 버렸다.

미 국무부는 이번 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목표는 FFVD”로 변경했다.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은 한국의 조언을 바탕으로 CVID요구를 후퇴시켰다는 것이다.

한국 측은 북한이 모든 요구에 응하기까지 양보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고집하는 것보다는 “단계적”인 협상을 하는 편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 당국자 가운데 한 명에 따르면, 미국이 “전부 아니면 제로(0)"라는 식의 접근법에 매달릴 경우, 북한 문제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협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선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의 판문점 회담에서 북한 측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문구를 포함한 최종 합의의 주요 조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 관리들은 워싱턴에서 지난 달 실시된 미국 당국자와의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CVID를 요구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 대신 ”상호 위협 삭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수백 명의 국제 검사관이 관련된 북한 핵 시설을 사찰하는 것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신미국안전보장연구소(新米国安全保障研究所, CNAS)의 아시아 전문가인 패트릭 크로닌 소장은 “(미국은) 북한이 앞으로 수개월 안에 어디까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용의가 있는지를 알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문구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면, 현 시점에서는 그럴 의사가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의 대북 접근법의 변화의 움직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