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루거, 트럼프 대통령에 미북 회담 ‘일반적 목표에 집중’ 주문

‘비핵화 속도’는 ‘안전과 검증’에 ‘반비례’하는 관계

2018-06-08     김상욱 대기자

옛 소련 비핵화 방안을 마련했던 미국의 전직 상원의원은 과거의 경험을 살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지난 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만나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한 조언’을 했다고 대북 전문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이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샘 넌(Sam Nunn) 전 상원의원과 리처드 루거(Richard Lugar) 전 상원의원은 7일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NPR)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 자신들이 지난 1991년에 발의해 그 후 20년 동안 옛 소련 비핵화를 이끌어냈던 넌-루거법(Nunn-Lugar Act)에 대한 설명을 하자 경청했다고 밝혔다.

너, 루거 두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 옛 소련 비핵화 경험을 토대로 “비핵화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샘 넌 전 의원은 “비핵화를 빨리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비핵화 속도와 안전은 반비례 관계이고, 비핵화 속도와 검증도 역시 반비례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전 의원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넌-루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특히 넌-루거 프로그램에서 “핵 폐기 내용을 세분화해 해당 기술, 장비, 자금을 제공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끌어낸 것과 핵무기를 개발했던 옛 소련 핵과학자, 기술자들이 평화적인 과학, 기술 관련 직업을 갖게 해준 것이 북한 비핵화 방식에 적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샘 넌 전 의원은 “핵무기를 개발했던 북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비핵화를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위협으로 여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들이 다른 직장을 찾아 고용되도록 돕는 것은 핵무기전파방지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샘 넌 전 의원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 넌-루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미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세부적인 내용이 아닌 ‘일반적인 목표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두 전직 의원은 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올바른 질문을 했고, 먼저 연락을 취해 자신들의 경험을 경청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넌-루거법”은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 생화학무기, 핵시설, 그리고 핵물질을 폐기할 수 있도록 미국이 기술적, 재정적 지원에 나서는 것이 골자로 되어 있으며, 이 법에 따라 미국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총 150억~200억 달러의 재정지원과 비핵화 기술을 제공해 옛 소련 지역에서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이 이뤄지도록 해 성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