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 전문가들,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입증 어려워

복구 어려운 일 아니다

2018-05-31     김상욱 대기자

미국의 일부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했는지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영상으로 공개된 폭발 방식과 규모로 볼 때, 갱도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파괴력에 못 미친다는 진단을 내리고, 원래대로 복구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핵무기연구소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 월 24일 풍계리 핵 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 고위 관리는 곧바로 그런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북한이 “핵 실험장을 폐기했다고 주장하는 이벤트”를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확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 관리는 “북한이 당초 한미 전문가들과 5개국 국제기자들을 불러 확인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 같은 문제 제기를 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로 “공개된 영상과 사진만으로는 해당 핵 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VOA)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 갱도 입구와 안쪽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처럼 보여지는 사진들이 공개됐지만, 북한의 주장처럼 완전히 폐기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직접 증거는 없다”면서 “갱도 내부로 연결되는 배선 장치 등이 기자들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지만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이라크 무기 사찰에 참여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핵 실험장이 북한의 주장처럼 완전하게 폐기된 게 아니라면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여진 두 개의 갱도는 수 주 안에 다시 가동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핵 실험장 해체 작업에 참여했던 핵 폐기 전문가 셰릴 로퍼 전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폭발 장면을 담은 영상을 확인한 결과 사용된 폭파 장치 역시 매우 조악해 보였고 아주 작은 규모의 작업으로 보였으며 따라서 “이번 폐기 조치로 해당 실험장의 갱도가 수십 미터 정도 무너져 내린 데 그쳤을 것”이라며 역시 회의적인 관측을 내놨다.

한편, 카자흐스탄은 옛 소련의 대표적 핵 실험장이었던 세미팔라틴스크를 1990년대에 자발적으로 폐기했으나, 이후 플루토늄을 비밀리에 채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2000년대에 다시 밀봉 절차를 밟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