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여론조작..유력대선 후보들 추풍낙엽..대선불복 일 듯

경찰 네이버 조작 의심 기사 1만9000건에 대해 압수수색영장도 신청하지 않아

2018-05-09     윤정상 기자

드루킹(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가 지난 2016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댓글조작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들이 속속들이 나오는 가운데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파악돼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드루킹 사건’으로 가장 이득을 본 당사자는 문재인 대통령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드루킹이 여권 핵심 실세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위해 자신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200여 명으로부터 약 27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근 수그러들었던 ‘드루킹-김경수 커넥션’ 의혹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드루킹 댓글팀의 활동이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자들의 ‘선플 운동’인 줄 알았다는 김 의원의 해명에 대한 설득력도 없어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9일 경공모 핵심 인사 김모(필명 초뽀) 씨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기사 URL 9만 건의 자료가 담긴 USB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9일 복수의 사정 당국 관계자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등에 따르면 드루킹 일당은 지난해 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을 위해 귀국한 이후 반 전 총장에 관한 기사에 댓글 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관련해서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공격한 바 있어 지난해 대선판을 흔들려 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력 대권주자였던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월 12일 귀국해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뒤 연일 구설에 오르며 휘청거렸다. 귀국 당일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인천공항역에서 7500원짜리 표를 구매하며 1만 원권 2장을 무인발매기에 동시에 집어넣은 데 이어 13일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미리 써온 쪽지를 힐끗 본 뒤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14일엔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 거동이 힘든 노인에게 죽을 먹이는 봉사활동이 논란이 됐다. 같은 날 음성군 행치마을의 선친 묘소를 참배하면서 퇴주잔을 받아 마셔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또한 대선 기간 드루킹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 공격에도 열을 올렸다. 드루킹은 안 후보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예속돼 있다는 소위 ‘MB 아바타론’을 지속해서 유포했으며, 이를 경공모 회원들에게 과시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지난 7일 초뽀의 경찰 출석하에 해당 기사를 추출했으며, 불법적인 댓글 순위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는 앞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일 드루킹 댓글팀이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몰이를 하고, 조기 대선을 위한 여론 조성을 위해 댓글을 조작했다면 이번 사건은 향후 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은 대선 전 조작이 시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네이버 기사 1만9000건에 대해서는 아직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댓글조작으로 유력 대선 후보자들의 지지도 등락까지도 조작되었다면 문재인 정권에 심각한 정치적 도덕적 타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