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한 “핵 시험장 폐기”가 아니라 “핵 프로그램” 폐기해야

“비핵화 개념 합의와 함께 즉각적인 이행조치” 필요

2018-04-22     김상욱 대기자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이 지난 20일 조선노동당 제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핵 시험장의 폐기를 선언한 것에 대해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그 같은 선언은 쉽게 되돌릴 수 있는 행동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북한 영변 핵 사찰의 주역을 했던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 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대북 전문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선언은 좋은 진전(a good step forward)”이라면서도 “핵 시험장 폐쇄가 아니라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dismantling the nuclear and missile program)' 다시 말해 ’완전한 신고‘에 이어지는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폐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신고”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과 핵무기, 미사일은 물론 핵무기 제조설비와 공장, 나아가 연구개발 시험 시설, 과학자 등 과거와 현재의 모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신고를 뜻한다고 설명하고, 회담 분위기를 위해 이번 같은 행동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언제든지 김정은은 핵물질 생산과 미사일 제조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북한이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 시험장을 완전히 폐기하려면, 모든 갱도를 자갈과 콘크리트로 채우고 봉인(sealed)하고, 통제와 진단용 기구와 갱도 굴착용 기기까지 모두 제거해야 한다”면서 “특히 북한은 풍계리 이외에 다른 핵실험장이 없는지 여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이 풀어내야 할 가장 어려운 결정들이 남아있다며 북한과 협상에서 “비핵화의 개념”에 합의하고 “즉각적인 이행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의 게리 새모어(gary Samore)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조정관도 21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핵시험장 폐기 등의 선언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선전을 위한 교묘한 제스처(clever public relations gesture)”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고, “남북한과 미-북간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없지만, 회담이 실패할 경우 언제든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고 핵실험장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김 위원장이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