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과 협상될 때까지 ‘한미 FTA 보류’ 위협

미국의 대북 협상력 제고와 한국 정부의 섣부른 협상 견제 성격 ?

2018-03-30     김상욱 대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오하이오 주 리치필드에서 인프라(사회기반시설)을 주제로 한 대중 연설에서 “한국과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문제가 타결될 때까지 보류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과의 합의 사항을 북한과 합의까지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매우 강력한 카드(very strong card)"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7일 한국과의 한미FTA협정(KORUS)재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특사단의 백악관 방문을 통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며 비핵화도 논의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하자 5월말까지 미북(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백악관은 현재 동맹국 한국을 신뢰하며 따라서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협정 개정합의 연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나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 받도록 확실하게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한미 FTA협상을 연계해 대북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미 FTA 개정합의를 보류하겠다는 의향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우호적으로 보이는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을 통해 대북 협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과 매우 잘 해 나가고 있다”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 볼 것”이라며 “만일 (협상 결과가) 좋지 않다면 우리는 걸어 나갈 것이며, 좋다면 우리는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훌륭하게 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아미 잠시 그 합의를 연기할 수 있다.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 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통신은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잠재적 협상에서 더 많은 레버리지(지렛대)를 얻어 내려고, 한국과 이번 주에 마무리한 자유무역협정을 연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한국 정부에 대한 위협적인 압박 발언의 배경은 분명하지는 않지만 “북미 회담을 중재하고, 북한과의 정상회담(4월27일 개최 확정)에 나서기로 한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 성격”으로 보이며, “이는 북한의 비핵화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 간의 대북 압박 공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한국 정부가 북한과 섣부른 합의를 사전에 막아보려는 경고 메시지”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백악관 관계자들은 물론 이미 한미 FTA협정 재협상 타결을 본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고 전하고, 미 무역대표부(USTR)나 백악관 공보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의도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