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9일 북-미 자연스러운 만남 시도 불발

펜스 부통령, ‘인사 없이 북한 대표단에 싸늘 천안함 방문

2018-02-10     김상욱 대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대표단 단장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은 9일 평창 개막식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과는 별다른 인사조차 없었다.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에 앞서 북한 정권의 무모한 도발을 기록한 서해 수호관을 방문하고 탈북민들을 만나,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부각시키는데 힘을 기울였다.

한국 방문 전부터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이 북한에 의한 하이재킹(Hijacking)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한국 방문 목적을 분명히 설명했다. 즉 북한의 유화자세를 차단하기 위해 한국에 가겠다고 미리 명확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개막식장의 귀빈석 중앙에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마주보며 오른편에 펜스 부통령 부부, 바로 그 옆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뒤쪽 왼편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바로 옆에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의 친 여동생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착석했다.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 옆에 앉아있는 아베 총리와 자주 대화를 하는 모습으로 개막식을 지켜봤지만, 뒤에 앉아있는 북한 대표단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초 방한 목적에 맞는 행동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 부부 뒤에 앉아 있던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은 다른 귀빈들과는 대화를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개막식을 지켜보는 모습이 보였다. 맨 마지막 91번째로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 공동입장을 할 때에는 김영남, 김여정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김영남 북측 대표단장과 개막식에 앞서 열린 리셉션 행사장에는 참석했지만, 역시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리셉션 행사장에 늦게 들른 펜스 부통령은 약 5분 행사장에 머문 뒤 미군 장병들과 저녁식사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청와대 측은 펜스 부통령이 자리를 일찍 뜬 것은 사전에 미군 장병들과의 식사 약속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외교적 무례가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 같은 뉴스가 전해지자 미 백악관 측은 개막식 뒤에 미국 취재진들에게 이런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펜스 부통령이 리셉션에 약간 늦게 도착했을 뿐 고의로 북한 대표단을 냉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백악관 관리는 펜스 부통령이 김영남 위원장과 인사하지 않은 것은 부통령을 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느라 자리를 옮겨 다녔기 때문이지 김영남 위원장을 건너뛴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개막식장에서도 고의적으로 북한 측 대표단을 피하지 않았다면서, 북한 대표단이 펜스 부통령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면, 펜스 부통령도 그에 맞춰 인사를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미국은 펜스 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3인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통해서 한미일 3각 동맹의 강력함을 보여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 내내 자리를 지키면서 두 정상과 함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미간의 충분한 사전 조율이나 대북 자세의 시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김영남 위원장도 역시 펜스 부통령에 다가가려 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어차피 미국과 북한은 서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 됐다.

리셉션 행사장에서 같은 헤드테이블에 김영남과 펜스 부통령 자리를 마련했고, 또 개막식장에서도 북한과 미국이 서로 자연스럽게 조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도는 불찰에 그쳤다.

또 일부 언론에서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에만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응원을 했지, 남북 공동입장을 할 때에는 앉아 있었다는 등 무례하게 행동했다는 지적에 대해 백악관은 반박했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 대표팀을 응원하러 평창에 간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편 펜스 부통령은 9일 오전 평택 2함대 사령부에 있는 서해 수호관을 방문, 전시물을 관람하고, 특히 이곳에 있는 연평 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관련된 전시물들을 관람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을 만나 환담도 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북한 정권의 도발과 실체를 알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된 신호”라는 것이 백악관 관리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