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한시(漢詩) 화제…"나그네는 맑기 바라는데 농부는 비를 기다린다"

청와대는 당황…문무일 “국민만 보고 바르게 잘 하겠다”

2017-07-27     맹세희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자리에서 읊은 한시가 화제다.

문 총장이 이 한시를 읊은 의도를 두고 갑론을박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문 신임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고 격려했다. 문 총장은 “저에게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말 잘하겠다”고 답하면서 “인사청문회 때 여야 의원들로부터 각기 다른 많은 주문을 받아서 한시가 생각이 났다”며 시를 읊기 시작했다. 대만 학자 난화이진(南懷瑾)의 이 한시는 다음과 같다.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做天難做四月天·주천난주사월천)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蠶要溫和麥要寒·잠요온화맥요한)

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는데(出門望晴農望雨·출문망청농망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날씨를 바란다(採桑娘子望陰天·채상낭자망음천)'

하나의 하늘을 두고도 사람들 입장에 따라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문무일 총장이 문 대통령 앞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를 당사자인 검찰의 생각이 달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검찰개혁'에 대해 대통령의 의중과 온도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원래 이 시는 지난 2014년 3월 김진태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읊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이 연일 검찰을 공격하던 때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문 총장이 시 읊기를 마치자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검찰 스스로 중립의지를 확실히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방안을 다시 언급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