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러시아, 중국 대신 ‘물밑 경제 협력 활발’

러시아, 중국의 대북 압박 강화 틈을 타 영향력 확대

2017-05-04     김상욱 대기자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중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는 중국의 압박을 뒤로 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러시아의 최근 행보가 중국과는 사뭇 다르다.

북한과 러시아는 5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의 나진항을 연결하는 여객선(만경봉 2호) 운항을 개시한다. 북한 국적의 만경봉 2호가 투입되는 이 항로는 매달 6회 운항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선에 투입되는 만경봉 2호는 승객 200여 명, 화물 1000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선박으로, 양국은 원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새로운 항로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기름 운반선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의 동부 지역의 항구들을 꾸준히 오가고 있다”는 로이터 통신의 3일자 보도 내용이다. 중국의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에 약간의 충실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원유 공급이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정보 속에 러시아산 기름이 북한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의 경우, 북한 국적의 기름 운반선 5척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입항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원유를 제외한 석유, 천연가스 약 310만 달러어치를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공급을 중단한 ‘제트연료’로 러시아가 북한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외에도 러시아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들이 보내는 돈은 여전히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이다. 러시아에는 약 3만 2천여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 내 친(親) 푸틴 세력인 러시아 정파는 북한의 노동자와 학생들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는 틈을 타 푸틴 정권도 북한에 대한 개입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외화벌이와 관련,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들의 유입을 중단할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오히려 북한 노동자들을 더 많이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미국과 정면 대치하는 형국이 된다.

북한이 중국의 대북 자세 변화와 함께 중국 대신 러시아를 중국의 대안으로 삼으려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러시아도 이번 기회에 대북 영향력을 강화해 미국과 겨루어보겠다는 심산인 듯 하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는 전문가들도 있다. 현재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으며, 한반도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상황이 북-러 양국 간의 교역에 상당한 제약이 될 것이라 관점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북-러 양국 교역액은 1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