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징후는 벚꽃처럼 만발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북한도 시리아처럼 될 수 있다 무언의 압박

2017-04-13     김동일 칼럼니스트

지난 4월 7일 트럼프와 시진핑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하던 저녁 8시 40분쯤, 지중해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에서는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 59기를 발사해 초토화 시켰다. 며칠 전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던 시리아 전투기가 이곳에서 발진했다는 이유였다. 트럼프는 시진핑과 만찬을 시작하기 직전 미사일 공격을 승인했다.

한쪽에서는 잔인한 폭격이 벌어지고 한쪽에서는 평화로운 식사를 하는 장면, 이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대부’의 하이라이트는 마이클 꼴리오네가 부하들을 보내 정적들을 암살하는 가운데 조카의 세례식에 참석한다. 영화에서는 가장 신성한 세례식과 가장 잔인한 살육극이 교차 편집되며 펼쳐진다.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북한도 시리아처럼 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을 이런 식으로 가한 것이다. 밥을 먹으면서 폭격 소식을 들어야 했던 시진핑으로서는 그래서 북한 폭격이 더욱 현실로 다가들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시리아 폭격을 통해 북한에 대한 행동을 불사할 것이라는 선전포고를 세계만방에 공포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제거를 위해 모든 옵션을 준비했다고 선언했다. 미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는 15일쯤 한반도 해상에 도착할 예정이다. 괌에는 전략폭격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이 배치됐고, 일본에는 스텔스 전투기와 24시간 북한 감시가 가능한 고고도 정찰기와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대기 중이다. 그야말로 지금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중국은 한반도 유사 시를 대비해 중국군 5대 전구에 전비태세령을 내리고 북한 접경에 병력 2만5천 명을 증원 배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군이 가지고 있는 비상사태 시나리오는, 북한에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하여 중국 안보에 위협이 초래된다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북한에 진입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 외무성의 '해외 안전 홈페이지'에는 한국 방문객들은 한반도 정세에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게시해 둔 상태다.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지자 일본 정부는 한국에 체류 중인 일본인의 철수까지 상정해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만약에 한국에서 미국인이나 일본인이 철수를 시작한다면 그건 김정은 때리기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한반도 주변의 긴장상태가 높아가고 있다. 주변의 국가들도 전쟁 상황을 가정한 유사시의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당사자인 한국만은 천하태평이다. 천천히 북한의 도발에 익숙해온 한국인들은 삶아져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자기 앞에 다가오는 종말적 상황에 무감각해져 있다.

4월 위기설은 더 이상 설(說)이 아니다. 우리 코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오히려 북한 선제타격 등 SNS 유언비어에 주의하라는 브리핑을 내놨다. 국민의 안전 백 개 중에 단 하나만 위험하더라도 정부는 주의보를 발령해야 맞다. 그런데 온 세계가 전쟁 대비를 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세월호 선장처럼 국민들에게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에서 보듯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사전 경고하는 친절을 베풀어 주지 않는다. 이제라도 정부는 주변 정세가 상당히 심각함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유사시의 행동요령을 홍보하고, 민방위 훈련이라도 실시하는 것이 국민의 안위를 위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부의 의무다.

전쟁의 징후는 흐드러지게 만발해 있다. 전쟁은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우리를 방문하게 될 수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미국이나 북한의 온정에 기대 앉아 있다가는 비극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만분의 일이라도 약간의 가능성만 있다면 정부는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세월호 선장이 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