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 의원과 박사모의 코미디

박사모의 태극기는 애국이었나 국물이었나

2017-04-12     김동일 칼럼니스트

태극기 세력의 내홍이 심하다. 바야흐로 염불은 끝났고 결국 잿밥이 문제인 모양이다. 대충 소문을 종합해보니 태극기 세력이 남재준을 대선후보로 추대하던 중에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 독단적으로 조원진 의원을 추대하고 나선 모양이다. 결국 떠날 사람들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에 의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조원진이가 낙점되었다.

조원진은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새누리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대선후보가 되었다. 조원진은 용 꼬랭이보다 뱀 대가리가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태극기 세력은 보수 단합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터였지만, 결국 박사모라는 팬클럽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 축소되었다.

새누리당은 11일 비대위를 열고 조원진을 대선후보로 확정하는 절차를 밟기는 했지만, 대선후보를 추대하면서 추대위원회나 협의 절차도 없이 팬클럽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면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또 있었을까. 그 동안 태극기를 들었던 보수우파의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 되었다.

조원진은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홍준표 후보가 자유한국당의 후보가 됨으로써 그동안 내려온 정통 정당의 보수 가치가 사라졌다"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조원진의 과거를 보니 우습기 짝이 없다. 정체성이 없기는 홍준표보다 조원진이 더했다. 조원진이가 태극기 세력의 대선후보가 되었다는 데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원진은 2015년 4월에 대구지역 새누리당 당원 300여 명을 이끌고 광주 5.18묘지를 방문했다. 방명록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곡 지정에 힘쓰겠다'고 썼다. 그리고 헌향과 묵념을 한 후 광주시장 및 새민련 당원 500여 명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불렀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조원진은 '5.18민중항쟁 추모탑'에 헌화와 묵념을 하고 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또 '윤상원 - 박기순 열사 묘'에 묵념하고 참배한 후 다시 노래를 불렀다. 이날 조원진은 새민련 당원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곡 제정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렇다면 조원진이 품고 있는 보수의 가치는 도대체 무엇일까. 5.18 정신을 숭상하겠다는 조원진의 가슴에 보수의 가치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조원진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곡으로 지정하려고 하던 때는 애국우파들이 기념곡 지정 저지에 피땀을 뿌리고 있을 때였다.

박근혜를 탄핵했던 세력들은 5.16혁명을 부정하고 5.18정신을 추종하는 세력들이었다. 홍준표는 북한정권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보수라 하고, 조원진은 5.18정신을 숭상하겠다고 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니. 도대체 이런 멍청이들이 품고 있는 보수의 가치는 어떤 것이더냐.

박사모가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기억이 오래 가는 것처럼 조원진을 대선후보로 내세운 것 또한 길이 기억에 남을 일이다. 주말마다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던 태극기 세력의 종착역이 결국 조원진과 팬클럽의 조합이라니. 결국 박사모의 태극기는 애국이었나 국물이었나. 결국 태극기 세력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