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불쾌한 손석희 뉴스

미래미디어포럼 논평(2017.3.21.)

2017-03-23     보도국

3월 20일 저녁, 손석희 씨는 시청자들을 상대로 매우 불친절한 방송을 했습니다. 즉 핵심을 말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고 빠지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그의 “시청자 여러분께” 라는 앵커브리핑 중 횡설수설한 앞부분 2/3는 생략하고, 핵심인 마지막 1/3 부분만 아래에 인용합니다. 

<지난 주말부터, JTBC는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저희가 그동안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던 저희의 진심이 오해 또는 폄훼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나 기자들이나 또 다른 JTBC의 구성원 누구든. 저희들 나름의 자긍심이 있다면, 그 어떤 반작용도 감수하며 저희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을 지키려 애써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비록 능력은 충분치 않을지라도, 그 실천의 최종 책임자 중의 하나이며,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손석희 씨는 “지난 주말부터, JTBC는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무슨 이유로 “JTBC는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는지”를 끝까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즉 시청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왜 “JTBC는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는지”를 추측해야합니다.

아마도 지난 주말 JTBC 홍석현회장의 정치참여 선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즉 국민들은 JTBC의 사주(社主)인 홍석현 씨가 오래 전부터 정치에 뜻을 품고 손석희 씨와 함께 탄핵사태를 주도해왔고, 이제 대선을 앞두고 드디어 정치적인 야심을 노골화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세간의 비난에 대하여 손석희 씨는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라고 말을 빙빙 돌렸습니다. 즉 정치인 홍석현 씨를 위해 편파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추론됩니다.

뉴스는 명확해야합니다. 그러나 손석희 씨는 그 어떤 것도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즉 본인이 불리해지면, “JTBC는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린” 이유가 홍석현씨의 정치참여 때문이 아니라고 발뺌할 수도 있습니다.

또 문제가 생기면, 홍석현 씨를 위해 편파방송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에 이상이 있으면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석희 뉴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책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국민들이 알아서 추측하고 그 추측에 대한 책임도 국민들에게 미루어버렸기 때문입니다. 3월 20일 저녁, 손석희 씨의 앵커브리핑은 아주 불쾌한 방송이었습니다. 

2017년 3월 21일
미래미디어포럼

* 미래미디어포럼 : 바람직한 미디어세상을 연구하는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입니다. 회장은 이상로(citylovelee@hanmail.net)이며 MBC 출신의 대학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