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판결에 대한 승복과 불복에 대한 음미

청와대를 떠나서 사저로 간 것이 바로 법적인 승복이지 않는가

2017-03-16     이상진 논설위원(박사.전한국국방연구원.부원장)

박근혜 전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사저에 와서 내놓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두고 언론이 시끄럽다.

▪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

▪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

▪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과 언론과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사회통합에 역행한다”는 요지의 비난 일색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한 글자도 빼거나 보탤 것이 없는 너무나 훌륭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야권과 언론에서는 자꾸 헌재 결정에 승복하라고 강요하는데,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청와대를 떠나서 사저로 간 것이 바로 법적인 승복이지 않는가. 그러나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말은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의 고백이다. 양심적으로 헌재가 잘못 판결했다고 믿는 것을 억지로 “헌재가 잘 판결했다”고 말하라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여기가 북조선 인민공화국인가?

사회통합이라는 말도 그렇다. 이번 헌재 판결을 두고 우리사회에서는 찬성하는 층과 반대하는 층이 팽팽한데, 반대하는 층이 무조건 찬성하는 층의 주장을 따르라 하는 것은 사회통합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굴종이다. 이는 세누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나뉘어 있다고 해서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과 같은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