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방문 북한 대표단 문전박대

북한의 무례한 행동과 요구에 말레이 정부 응할 수 없다

2017-03-01     김상욱 대기자

지난 2월 13일 오저 9시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터미널에서 두 여성으로부터 기습적인 VX독가스 습격을 받아 약 20분 만에 사망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위원장의 배 다른 형(이복형)인 김정남의 암살 사건과 관련, 말레이시아와 북한 사이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월 28일 쿠알라룸푸르에 급파됐다. 북한 김정은의 불안을 드러내는 양상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인 ‘더 스타 온라인’ 1일 보도에 따르면, 2월 28일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북한 대표단은 말레이시아 정부에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간단한 방문 사실 연락만 하고 불쑥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문전박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동일 북한 외무성의 전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 등 북한 대표단은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남의 시신의 인수, 이미 체포된 말레이시아 거주했던 북한 국적의 리정철의 석방 및 송환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말레이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리동일은 “우리는 그동안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온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의 외교적 사안에 대해 협의할 것이며, 우리는 또한 말레이시아 당국에 구금되어 있는 국민을 석방하는 문제도 논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측의 불안하고 초조한 분위기와는 달리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리동일 일행과의 면담 일정도 아직 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말레이 정부는 방문을 불과 1~2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그러한 무례한 (북한의) 행동에 응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40여년 이상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의 2등 서기관 현광성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 법무부는 이미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 두 여성 살해 용의자, 그리고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했던 북한 국적의 리정철 등에 대한 재판을 곧 시작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 언론들은 “북한이 말레이시아 정부의 김정남 암살 수사에 대해 외부세력과 공동 음모를 해 조작한 것”이라며 사실 근거가 전혀 없는 억지 주장을 일삼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말레이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대외관계를 이어나가려다 원칙을 지키는 말레이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