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사, ‘김정남 시신 부검 결과 인정 못해’ 말레이 강력 비판

우호국 말레이시아와의 관계 균열상 보여

2017-02-18     김상욱 대기자

북한의 김정남 암살 사건을 둘러싸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강철 대사가 18일 0시 쯤(한국시간)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이레적인 성명을 냈다.

강철 대사는 성명에서 김정남 시신의 인도 요청을 한 북한에 인도하지도 않는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강하게 비난해, 우호국인 말레이시아와의 관계에서 균열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강 철 북한 대사는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병원 시설에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 시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현지 경찰이 이를 제재했다. 강 대사는 기자들 앞에서 영어로 된 성명을 낭독했다.

성명은 “말레이시아 정부 측은 우리의 허락도 없이 우리가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을 강행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그는 “북한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이며, 법적인 권리 제한”이라고 거듭 말레이시아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부검 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철 대사의 이례적이고도 갑작스러운 성명 발표는 북한에 불리한 부검 결과가 나오는 것을 우려해 사전에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시신을 북한으로의 인도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를 해치려는 적대세력과 결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철 대사는 ‘적대세력’으로 ‘한국의 정치 스캔들’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스캔들로부터 국민의 눈을 딴 데로 돌리려는 보수 세력의 움직임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며 김정남 암살 사건 배후에 한국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북한 자신의 암살 소행을 한국 측으로 떠넘기려는 전형적인 북한의 ‘뒤집어씌우기’ 전략이다.

이어 그는 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내 지상 배치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구실로도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김정남 암살 사건을 정치적인 이용 목적으로 삼으려 한다며 남한 내의 분열을 조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