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소통의 언어로서 재즈를 재해석한 백투더클래식 뮤지컬영화

21세기 뮤지컬영화 중 가장 강렬한 역대급 오프닝 장관

2016-12-11     정선기 기자

매년 연말이면 한 해 동안 영화관을 많이 찾지 않던 일반인들도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같은 SF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나 <러브 액츄얼리>나 <어바웃 러브>같은 로맨스영화 한 편 정도는 보러 간다.

올해 국내 극장가에는 SF판타지부터 재난블록버스터, 미스터리 스릴러 그리고 뮤지컬영화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성찬처럼 보이는데, 소셜필름 큐레이터로 활동해오면서 그 동안 한국영화를 주로 추천했던 것과 달리 올해 연말엔 박진감과 감동이 어우러진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한편을 소개한다.

일반인들에게 영화를 추천해주기란 취향이나 장르의 선호도가 모두 달라 여간 어려운 부분이 아닌데, 연말에 영화 한편을 소개한다면 지난해 영화 <위플래쉬>로 미국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개부문 후보에 올라 편집상, 남우조연상, 음악상 등 3관왕을 거머쥐며 주목받은 데미언 차젤레 감독의 신작 <라라랜드>를 추천할 만하다.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직접 연기, 노래를 하며 새롭게 변신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여주인공 미아 역의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화제가 됐고 <레 미제라블><물랑루즈><시카고><맘마미아!>과 같은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영화의 명맥을 잇는 작품 완성도로 국내 평단에서도 이동진 평론가 등으로부터 호평 받고 있다.

특히, 전작 <위플래쉬>에서 관객을 몰입시키는 드럼비트와 재즈 선율을 내세우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차젤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버드맨>, <위플래쉬>에서처럼 재즈를 소통의 언어로 재해석,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바보들의 도시 할리우드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통해 1950~60년대 황금기를 이뤘던 뉴욕 브로드웨이의 고전뮤지컬에 대한 헌사를 전합니다. 일명 백 투더 클래식 웰메이드 뮤지컬영화라고 할까.

영화의 타이틀이 오르기 전 한 여름 오갈 수 없이 차들로 꽉차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청춘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와 'Another day of sun'이란 음악에 맞춰 경쾌하게 펼치는 플래시몹 장면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고전으로 불리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오마쥬를 전하고 <선샤인 온 리스>의 엔딩신을 떠올리며 21세기 뮤지컬영화 중 가장 강렬한 역대급 오프닝으로 불릴 만하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촬영지 건너편에서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드나드는 카페에서 톱스타에게 무료로 커피를 건네며 할리우드 입성을 동경하는 배우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가 학수고대 하던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고 축 늘어졌을 때 위로하는 셰어하우스의 친구들과 파티장으로 향하는 장면은 영화 <맘마미아!>를 떠올린다.

미아가 파티장에서 할리우드에 재즈클럽을 열겠다며 재즈의 부흥을 꿈꾸는 재즈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의 만날 때부터 LA가 내려다보이는 할리우드 언덕에서 스텝을 맞추는 로맨틱한 페어 탭댄스 장면은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에 헌사를 전하는 듯 보인다.

차젤레 감독은 영화를 신데렐라 스토리나 마법 같은 극적인 이야기로 함몰시키지 않고 사랑이나 꿈 등 인생의 선택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진리를 누구에게나 일어났으면 하는 마법 같은 판타지와 되돌아보면 한 없이 부끄럽고 씁쓸하기만 한 청춘의 리얼리티로 균형감 있게 연출해낸다.

극중 연인의 사랑이 팍팍한 현실로 인해 궤도를 수정하고 꿈을 이루는 인생관이 달라질 때쯤 서로의 테마로 변주하는 'City of stars'는 '사랑을 쫓으랴 꿈을 따르랴'며 다미엔 차젤레가 새로 쓴 <비긴 어게인>처럼 다가오는데요, 단순한 드라마에서 멈추지 않고 누구에게나 꿈 꿔 봤을 동화 같은 판타지로 잔잔한 위로와 격려를 선사한다.

엠마 스톤과 라이언고슬링의 로맨틱한 댄스의 황홀함은 때론 감미롭게 때론 경쾌하게 흐르는 선율을 따라 관객들의 심장 박동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고 군더더기를 생략하고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놓는 미장셴은 극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 준다.

매년 주요 시상식 수상예측을 해왔던 필자로서는 내년도 개최될 미국아카데미상 시상식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뮤지컬코미디 부문이 특화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은 따논 당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보며 '인생영화'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감동의 여운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연말에는 혼자라도 함께라도 볼만한 영화 한 편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