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권의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원주경찰서 청문감사관실 조화진경사 기고문

2016-11-23     김종선 기자

1997년 미국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Deniel Simons)와 크리스토퍼 차브스(Christopher Chabris)는 학생들에게 ‘농구경기 중 흰색 옷을 입은 팀의 공 패스 횟수를 맞춰보라’라는 문제를 제출한 후 패스횟수를 작성한 문답지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그런 후 경기 중 고릴라로 변장한 사람이 천천히 지나가며 가슴을 두드리는 것을 목격한 학생이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의 패스 횟수에 집중하여 고릴라를 목격하지 못하였다. 이는 선택적 집중으로 자신이 보고싶어 하는 것만 보려고 하는 주의력 착각의 맹점을 꼬집은 것이다.

경찰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범인검거를 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때문에 지난 날 경찰은 본연 업무에만 충실하면 근무를 잘하는 것으로 평가되어져 왔다. 바로 이 때 보이지 않는 고릴라와 같은 인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과거 경찰은 오래 전부터 인권과 불가분관계였으나 인권에 대해선 큰 관심을 두진 않았다. 하지만 2005년 경찰인권보호센터가 설립된 후 경찰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권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내부적으로 인권 개혁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쇠창살 없는 유치장을 만들고 매년 경찰 전직원 대상 인권교육 실시 및 인권진단을 통한 인권침해 요소를 점검하고 또한 경찰 자체 인권영화제를 개최하여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권보호에 대한 노력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경찰 권고 건수는 2010년 58건, 2011년 42건, 2012년 51건, 2013년 32건, 2014년 7건으로 점점 줄어드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2014 인권통계, 국가인권위원회)

사각지대였던 인권은 경찰인권보호센터가 설립된지 불과 10여년만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많이 보호되었다. 이로인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찰의 인권수준 또한 대폭 상승되었다. 하지만 경찰은 여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관심이 없어지는 순간 인권의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경찰서 청문감사관실 경사 조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