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지놈, 혈변이라면 크론병 유전성 대장암까지 조기진단 필요
평소 증상 없어도 부모, 삼촌 등이 대장암이라면 유전성 대장암 검사로 확인해야
의료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체내 질환의 유무를 판단하는 진단검사법 역시 발전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대장내시경을 대체, 보완하는 혈액검사와 대변검사다. 혈액 한 방울과 소량의 대변만 있으면 난치성 장(腸)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유전성 대장암 등을 감별해 질환의 유무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장(腸)질환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어온 대장내시경은 내시경관을 항문으로 삽입하는 과정과 장 세정제 복용에 대한 거부감, 구역질∙복통∙어지럼증과 같은 후유증 때문에 많은 사람이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은 대장암 예방 차원에서 1년에 한 번씩 대변잠혈검사와 함께 5년마다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보건복지부에서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검진 받을 시기가 되면 두려움에 검사를 미루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대장내시경이 두려운 성인 및 어린이, 심혈관 질환자를 위해 대장내시경을 받기 전에 먼저 난치성 장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체외진단 검사법이 있어 소개한다.
최근 방송에 나온 연예인들이 투병 중임을 고백하면서 널리 알려진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가수 윤종신과 개그맨 장동민은 각각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말한 바 있다.
이 두 질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해 염증이 생기고, 점막이 헐게 되는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이 대장에서만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반해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대장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생긴다는 데 차이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지속적인 복통과 설사, 혈변, 구역질 같은 증상을 동반하는데, 스트레스성 대장질환인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증상이 비슷하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문제는 염증성 장질환은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달리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조기에 예방하지 않고 방치해두면 차츰 소화나 영양분 흡수 장애로 영양이 결핍되거나 장 폐쇄, 협착, 천공과 같은 합병증이 유발된다.
재발율이 높은데, 완치법이 없어 평생 치료해야 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이러한 염증성 장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가 바로 ‘분변 칼프로텍틴 정량검사’다. 사람에게 채취한 대변 1g 속 칼프로텍틴(단백질) 농도를 측정해서 염증성 장질환의 유무를 감별하고, 예후를 추정해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호중구의 세포질에 존재하는 칼프로텍틴은 염증자극에 반응해 분비되는데, 대변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장시간 보존되므로 소화기관의 염증 상태를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녹십자의료재단 권애린 전문의는 “우리나라의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환자 연령이 어려지는 추세인데, 이러한 염증성 장질환은 상당히 진행되고 나서야 대장내시경이나 MRI 검사, 혈액검사로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증상의 조기진단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라도 분변 칼프로텍틴 정량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침습적인 대장내시경이나 생검을 대체할 수 있어 대장내시경 검사를 꺼리는 심혈관 질환자나 어린이 환자에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암은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로 인해 후천적으로 발생하지만 일부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병원성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성 암이다. 실제로 대장암 환자의 5~15%는 유전성 대장암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대장암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가 있으면 자식에게 유전될 가능성이 50%이며, 병원성 변이 유전자가 있는 자녀는 추후 대장암에 걸릴 위험률이 80%까지 올라간다.
유전성 대장암으로는 크게 두 가지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HNPCC, 일명 린치증후군)과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전자와 관련된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가 존재하면 대장암뿐 아니라 자궁내막암, 난소암, 위암 등의 암 발생 위험률이 높기 때문에 조기검진은 필수적이다.
평소 아무런 증상도 없다고 하더라도 부모, 자식, 형제, 조부모, 삼촌, 고모, 조카 등 2차 직계가족 내에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유전성 대장암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병원성 변이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대장암 유전자 검사는 환자에게 채취한 혈액에서 유전성 대장암 유전자와 관련된 MLH1, MSHS2, MSH6, APC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으로 검사를 통해 종양 위험군을 먼저 발견하고, 선종의 수를 확인하여 예방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대장암 발병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녹십자지놈 김영은 전문의는 “가족이나 친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혈액 내 DNA를 분석하는 대장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유전성 대장암의 병원성 변이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만약 병원성 변이가 존재하면 주기적인 관찰과 생활습관 개선, 선제적 수술 등의 예방적 조치로 암 발생 위험률을 최대 56%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