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팀워크? ‘내부자들’ 수상한 연결고리
기업 분쟁 배후서 주도하며 기업 활동 위축시켜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효성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정재계와 법조계 등지에서 오랜 인맥을 쌓아온 소위 ‘내부자들’의 팀워크가 기업 분쟁을 배후에서 주도하며, 기업 활동을 위축 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 수석은 청와대 입성 후, 변호사 시절 맡았던 효성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에 재배당하는 등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수4부는 지난 2013년 대검 중수부를 없애면서 신설된 기업비리 전담 수사팀으로 현재 롯데그룹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우 수석은 하명수사와 전관예우 의혹에 대해 전면부정하고 있다.
효성 경영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어왔던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형 조현준 사장을 횡령 및 배임으로 고발했다. 이로 촉발된 효성그룹 경영권 분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2013년 그룹을 떠난 조 전 부사장은 올해 4월까지 동륭실업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최측근인 김수창 변호사와 N 홍보대행사 박 모 대표를 비 상무이사로 선임, 합을 맞춰 왔다. 두 사람은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을 상대로 벌인 10여 건의 소송을 함께 진행하며, 각각 법률 담당 언론홍보 창구로서 팀워크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변호사와 박 모 대표 이 둘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다.
김 변호사는 현재 민 전 행장이 고문으로 있는 SDJ 코퍼레이션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법률 대리인과 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SDJ 코퍼레이션은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한국 활동을 위해 세운 회사이다.
민 전 행장은 경기고 동창인 김 변호사와 함께 롯데쇼핑•호텔롯데 회계장부 열람 소송 등 신동빈 롯데회장을 상대로 10여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가족과 경영권을 다투는 조직을 맡아, 회계장부 열람 등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방식 등이 효성 사건과 비슷한 점이다.
엘리엇, 론스타 등 굵직한 외국계 클라이언트들의 국내 홍보를 맡아 ‘분쟁 홍보’의 일인자로 이름난 N 홍보대행사 박 모 대표와 민 전 산업은행장의 연결고리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찾을 수 있다. 민 전 산업은행장은 가까운 지인인 박 모 대표를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연결시켜 거액의 홍보대행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국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N 홍보대행사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3년간 계약을 체결, 20억원 이상을 지불했다. 당시, 해당 회사의 홍보활동이 거의 없었던 점, 남 전 사장의 연임 여부에 있어 민감한 상황이었던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민 전 산업은행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한, 한 동안 SDJ코퍼레이션의 홍보를 담당했던 모 외국계 홍보대행사의 사장 또한 N 홍보대행사 박 모 대표와 함께 N사를 창립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N사 박 모 대표와 민 고문의 친분으로 이 외국계 홍보대행사가 SDJ코퍼레이션의 홍보를 맡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유성 전 행장 (현 SDJ코퍼레인션 고문)을 중심으로 김수창 변호사, 박 모 대표로 연결되는 ‘내부자들’의 연결고리는 효성그룹 사태 때 견고해져, 롯데에서 빛을 발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 사건을 주도했던 우수석이 그 때의 인연을 바탕으로 롯데 수사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한 건 아닌지 의심까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롯데 수사도 효성그룹 사례처럼 윗선에서 큰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닌지 그 의구심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사상 초유의 물량공세로 시작되었던 롯데 수사가 최근 들어 답보상태에 빠져들었는데 이 같은 의구심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부탁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 10개월 동안 분쟁에 투입한 돈이 90억원 가까이 되고 이는 민 고문과 김 변호사 등의 측근들에게 대부분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분명한 것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무분별한 분쟁이 길어질수록 이득을 챙기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