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브리아기, '식물의 상륙 및 동물종의 폭발'
[임성빈 교수의 ‘빛의 환타지아’]
식물의 상륙 및 동물종의 폭발
그 중에도 당시 바다에 가장 번성했던 것은 절지동물(가장 많은 종류를 포함하는 문으로서 체절성이 뚜렷하고 관절이 있는 다리들을 가지며 몸은 부위에 따른 분화가 뚜렸함. 거미류, 진드기류, 갑각류, 노래기류, 지네류와 모든 곤충류가 다 여기에 속함)들인데 몸집이 2cm 정도로서 다른 동물들의 먹잇감이었을 마렐라(Marrella)가 바다 속을 헤엄쳐 다녔고 등에 두 줄의 방어용 가시와 아래쪽에 두 줄의 다리를 가진 할루키게니아(Hallucigenia)도 절지동물의 친척이었다.
둥근 입과 꽉 쥘 수 있는 기관이 있고 옆면에는 헤엄을 치기 위한 지느러미를 가진 아노말로카리스(Anomalocaris)는 몸길이가 60cm 정도로서 삼엽충(三葉蟲, trilobite)을 잡아먹던 당시로서는 거대한 육식성 절지동물이었으며 이 시기에 가장 번성했던 삼엽충 역시 최초의 갑각류(甲殼類, crustacean: 수중생활을 하는 절지동물로서 몸은 머리·가슴·배로 나뉘고 마디로 되어 있으며 탄산칼슘으로 된 갑각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새우, 게, 가재 등이 여기에 속함) 절지동물이었는데 이 시기 말에는 크게 감소하였다.
그 외에 서로 연결된 컵 모양의 군집체를 이루고 살던 필석류(筆石類, graptolite), 길이가 5cm 정도의 뱀장어같이 생긴 피카이아(Pikaia), 작은 톱니 모양의 이빨을 가진 뱀장어 모양의 코노돈트(conodont) 중 길이가 40cm 정도나 되었던 프로미숨(Promissum) 등, 그리고 활유어(蛞蝓魚 또는 창고기, lancelet/Amphioxus)와 같은 척색동물(어릴 때나 또는 일생 척색이라는 몸의 지지구조를 가지며 몸의 등 쪽에 관상의 신경색이 있는데 유생 때 꼬리에 척색을 가지는 미색동물, 일생동안 머리에서 꼬리까지 척색을 가지는 두색동물 그리고 등뼈와 두개(頭蓋, cranium)를 가지는 척추동물의 세 가지로 분류됨)들도 모두 이 당시에 출현했다. 이 시기에는 이 외에도 거의 모든 문의 동물들의 초기형태가 등장함으로서 문자 그대로 동물종의 폭발을 이룬 시기였다.
삼엽충
삼엽충은 최초의 갑각류 절지동물로서 고생대에 수적으로 가장 우세했던 동물인데 1만 5천종 이상이 존재했었다. 그들 중 몇몇 종은 헤엄을 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 바다 밑을 기어 다녔으며 어떤 것은 요리접시보다도 더 컸다. 그들의 갑옷은 늘어나는 것이 아니어서 성장에 따라 주기적으로 갑옷을 벗어야 했다. 삼엽충은 또한 고도로 선명한 눈을 가졌던 최초의 생물이지만 이들 중에서도 굴을 파고 살았던 종류는 눈이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초기 삼엽충은 방해석 결정체로 만들어진 1만 5천개의 각각 독립된 육각렌즈가 벌집처럼 촘촘하게 모여 있고 렌즈는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움직이는 모든 사물을 희미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후기의 어떤 종은 작은 렌즈가 서로 맞닿아 있고 하나의 각막이 이를 덮어 커다란 공 모양의 이중렌즈를 이루었으며 이 눈은 마치 구면수차(球面收差, spherical aberration)를 수정한 현대적인 광학렌즈와 똑 같아서 물체를 매우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척추동물의 등장
그러나 이 시기에 이루어진 가장 두드러진 진화는 척추동물의 등장일 것이다. 최초의 척추동물은 칠성장어(lamprey)나 먹장어(hagfish)와 유사한 어류였는데 이들은 턱이 없는 무악어류(無顎魚類, Agnatha: 어류에는 이 외에 턱이 있는 종류로서 연골어류와 경골어류가 있음)였다.
이들은 아마 척추동물은 아니지만 척색동물인 활유어에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활유어는 가장 큰 것이 6cm 미만으로서 몸 앞쪽에 홈이 패어 있는데 이것은 물고기의 아가미에 해당한다. 척추동물은 배아 시에만 척색이 있다가 성장해서 척추가 형성되면 척색은 쇠퇴해서 없어지는데 활유어는 등에 신경줄기가 달리고 있으며 이것을 척색이라는 딱딱한 막대기가 보호하여 척추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척추동물에게는 커다란 뉴런 덩어리인 뇌가 있는데 활유어는 뇌가 없고 신경들은 조그만 덩어리에서 갈라져 나오며 눈도 없이 빛에 예민한 안점(眼點, eye spot: 하등동물의 시각기관)이 있을 뿐이다. 심장도 없고 동맥만 여러 개 있으며 지느러미도 없어서 보통 바다 밑바닥의 모래에 몸을 반쯤 묻은 채 산다. 그러나 활유어 배아의 안점 세포에 작용하는 유전자는 척추동물의 눈을 만드는 유전자와 똑 같으며 거의 똑같은 순서로 같은 작업을 수행한다.
활유어는 13개(최근 활유어와 실러캔스(coelacanth) 그리고 뿔상어(horn shark) 유전자 세트에서 14번째 혹스 유전자가 발견됨으로서 한 세트의 최대 유전자수가 문제가 되었으나 최대 14개까지인 것으로 조사되었음)의 혹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척추동물은 13개의 혹스 유전자로 구성된 세트 4개(좀 더 단순한 동물들은 혹스 유전자 세트 수나 세트 속의 유전자 수가 더 작을 수도 있음)를 가지고 있으며 각 세트는 똑같은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그러니까 최초의 유전자 세트가 똑같이 4번 복제된 것인데 이렇게 되니까 한 세트는 원래 혹스 유전자가 하던 일을 계속했으나 다른 세트들은 몸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척추동물들은 눈을 가진 머리와 골격과 강한 근육을 갖출 수 있게 되었고 지느러미도 만들어져서 헤엄을 치고 다니면서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을 수 있게 되었으며 몸도 점점 더 커졌다.
이런 과정에서 각 세트의 혹스 유전자 중 특정한 역할을 맡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게 됨으로서 각 세트의 유전자 수가 각각 달라지게 되었다. 한편 경골어류는 척추동물 중에서도 가장 다양화된 집단인데 이들 중 중심적인 집단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다른 척추동물의 2배(실제로는 7개이며 4세트를 2중으로 복제했다가 한 세트를 잃은 것으로 보임)에 해당하는 혹스 유전자 세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이들의 진화나 다양화, 그리고 적응방산(適應放散, adaptive radiation: 생물의 한 분류군(分類群)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식성이나 생활방식에 따라 형태적·기능적으로 다양하게 분화하는 현상)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나 다른 동물들의 예에 비추어 혹스 유전자 세트의 증가가 반드시 그 집단이 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데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닌듯하며 진화에는 혹스 유전자의 숫자도 관계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조절작용의 변화가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