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원생대

[임성빈 교수의 ‘빛의 환타지아’]

2016-06-30     임성빈 교수

혹스(hox 또는 호메오/homeo) 유전자와 공통의 조상(共通 祖上, common ancestor)

이 시기에 최초로 출현한 삼배엽성 동물들은 그 이전의 원생동물이나 측생동물인 해면류, 그리고 진정후생동물이기는 하지만 이배엽성인 강장동물문이나 유즐동물문에 속한 동물들에게는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해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던 본격적인 총지휘 유전자를 가지게 되었다.

총지휘 유전자는 동물들이 몸의 형태를 갖추기 위한 설계를 조절하는 유전자인데 이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메오 유전자로서 이들은 단백질신호물질을 만들어 다른 유전자들을 자극함으로서 줄기세포(stem cell: 수정란은 증식과 분화과정을 거쳐 하나의 온전한 개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만능(萬能, totipotent)줄기세포라 하고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지속하여 3~4일 만에 배반포(胚盤胞, blastocyst)를 형성하면 그 속의 세포들은 많은 종류의 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는데 이를 배아(胚芽, embryonic/pluripotent)줄기세포라 하며 이들이 더욱 분화하여 특정 기능을 가지는 세포들로만 분화할 수 있게 되면 다기능(多機能, multipotent 또는 성체/成體, adult)줄기세포라 한다. 이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수많은 불치병들은 물론 선천적 유전질환까지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임)들은 이들 유전자들의 지시에 따라 머리가 되거나 다리가 되거나 또는 각종 장기(臟器, viscera)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호메오 유전자는 그 역할에 따라 염기서열만 다를 뿐 그 형태는 모두 똑같이 183개의 유전자알파벳(4가지 종류의 염기인 A(아데닌/Adenin), G(구아닌/Guanin), C(시토신/Cytosin), T(티민/Thymin)를 의미함)으로 구성된 짧은 DNA 이중나선 고리인 호메오박스(homeobox, 줄여서 혹스/hox)로 되어있어 이를 흔히 혹스 유전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들 혹스 유전자는 같은 기능을 하는 경우 그 염기서열조차 곤충이나 다른 동물은 물론 인간에 이르기까지 똑 같거나 거의 비슷하다. 예를 들자면 눈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초파리의 시각기관을 생성시키는 유전자와 쥐의 눈을 만드는 유전자가 거의 비슷하며 단단한 껍질 속에 근육이 들어있는 게의 다리를 만드는 유전자나 중심에 뼈가 있고 근육이 이를 둘러싸고 있는 포유동물의 다리를 만드는 유전자, 그리고 어류의 지느러미를 만드는 유전자도 거의 비슷하거나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이들 혹스 유전자는 처음 등장하던 이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리고 혹스 유전자상의 약간의 변이나 개수의 증가에 따라 전혀 다른 동물이 된다. 예를 들어 초파리나 쥐나 인간의 혹스 유전자는 염기서열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인 형태는 같다.

다만 숫자상의 차이가 있어 초파리는 8개의 혹스 유전자가 한 세트로서 실 모양의 한 염색체 안에 들어있으나 쥐나 인간 등의 포유동물은 38개의 혹스 유전자가 4개의 세트로 나뉘어 4개의 염색체에 들어있다. 또 혹스 유전자의 위치는 모든 동물에 있어서 자신들이 관장하는 신체부위의 위치와 같이 배열되어 있어 머리를 관장하는 유전자는 가장 앞에, 그리고 꼬리를 관장하는 유전자는 뒤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이 혹스 유전자는 극히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통의 유전자 도구상자(common genetic toolbox)이며 따라서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32문의 모든 동물 중 원생동물, 해면동물, 강장동물, 유즐동물을 제외한 나머지 28문의 동물들은 그 모습이나 특성이 전혀 달라도 모두 혹스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이 시기에 최초로 혹스 유전자를 가지고 출현한 동물이 이 모든 동물들의 유전자적 공통 조상이 된다.

이와 같이 한 갈래로 출발한 동물들은 이후 세 가지 초등 가계로 갈라졌고 다시 오늘날과 같은 여러 종류의 동물들로 분화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의 수는 아직도 별로 큰 차이가 없어서 초파리가 약 1만 5천개, 애벌레가 2만개 정도인데 비하여 인간도 약 3만개 정도밖에 안 된다.

이들 공통의 도구상자는 매우 탄력적이다. 예를 들어 모든 척추동물의 신경계는 등 쪽에 있고 심장과 소화기관은 앞쪽에 있는데 곤충을 비롯한 절지동물들은 이와는 정 반대여서 전혀 다른 집단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신경계 발달을 통제하는 유전자는 같다.

척추동물의 배아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등 쪽과 배 쪽의 모든 세포들이 신경계를 형성하는 뉴런(neuron)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척추동물의 경우에는 배아의 배 쪽에 있는 세포에서 합성되는 단백질이 세포가 뉴런이 되는 것을 방해하여 등 쪽으로 신경계가 만들어지며 절지동물의 경우에는 그 반대인 것뿐이다. 다시 말해서 척추동물이나 절지동물이나 신경계를 관장하는 유전자는 둘 다 비슷한 작업을 하며 그 서열도 거의 똑 같은데 다만 작업을 하는 위치만 다른 것이다.

체강(體腔, coelom)이란 동물의 체벽과 장 사이에 체액(體液, humo(u)rs)이 차 있는 빈 곳을 말하는데 삼배엽성 좌우대칭동물은 이를 체강의 유무와 성질에 따라 무체강동물(無體腔動物, Acoelomata), 의체강동물(擬體腔動物, Pseudocoelomata), 진체강동물(眞體腔動物, Eucoelomata)로 분류한다. 무체강동물은 중배엽성의 조직이 소화관과 체벽 사이를 채우고 있어서 체강이 없으며 여기에는 편형동물 등 4개의 문이 포함된다(그림표 참조).

의체강은 중배엽성 조직으로 완전히 둘러싸이지 않은 체강인데 의체강동물에는 윤형동물 등 7문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 유선형동물까지의 5문을 합쳐 대형동물문(袋形動物門, Aschelminthes)이라고도 하며 곡형동물은 내항동물(內肛動物, Entoprocta)이라고도 한다.

진체강은 체벽과 장 사이의 빈 곳이 중배엽성 조직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체강인데 진체강동물은 또 체강의 발생 양식에 따라 열체강동물(裂體腔動物, Schizocoela)과 장체강동물(腸體腔動物, Enterocoela)로 분류된다. 열체강은 내배엽과 외배엽 사이에서 자라는 중배엽성 띠 모양 구조가 갈라져 이루어진 것인데 열체강동물에는 추형동물 등의 12문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 추형동물, 태형동물, 완족동물 등의 3개는 모두 촉수(觸手, tentacle: 하등동물의 입 주위나 몸의 앞쪽에 가늘고 길게 돌출하여 있는 돌기물)가 붙은 촉수관(觸手冠, lophophore)을 가지고 있어 이들을 합하여 촉수동물문(觸手動物門, Lophophorata)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편 장체강은 내배엽성인 원장(原腸, archenteron)이 주머니 모양으로 부풀어 이루어진 체강인데 장체강동물에는 모악동물 등의 5문이 포함된다. 척추동물(脊椎動物, Vertebrata)은 척색동물의 한 아문인데 이것을 하나의 독립된 문으로 취급하기도 하며 다시 이를 어류, 포유류 등 5가지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