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이 사건은 '묻지마 살인'이 아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2016-05-19     홍보라 기자

강남역 부근에서 '묻지마' 살인을 벌인 김 모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17일 오전 1시 20분께 서초구 강남역 부근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30대 김 씨가 20대 여성을 상대로 묻지마 살인을 벌인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 여성과 피의자 간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묻지마 범죄'란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포함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일컫는 말이다.

피해자가 여성인 점과 피의자가 "여성에 무시를 당해 왔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루어 이 사건은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과 혐오 의식이 빚은 계획적 살인 사건에 가깝다.

범행 계획 대상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여성 '전체'로, 이 피해자의 이름은 결국 '여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은 '묻지마'보다도 더 여성을 분노하게,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남성을 상대로 한 여성의 묻지마 살인' 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묻는다. 흉기에 의한 살인에는 반드시 무력이 동반된다. 그에 한해 여성은 언제나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은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 주장(일련의 운동)이 애초에 동일한 선에서 출발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남성은 '가부정적 남성 중심 사회'에서 혜택과 다름없는 '불평등'을 공기처럼 누리며 살고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에 대해 몇몇 누리꾼은 "여자가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거 자체가 문제"라며 '응당 여자라면 이래야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과연 '늦은 밤 여자가 술을 먹고 혼자 다니는 게' 문제인지, '늦은 밤 여자가 술을 먹고 혼자 다니면 위험해지는 게' 문제인지, 답이 자명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