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칼럼] 대한민국, 교육의 자유가 없는 나라 2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사학에 강제하는 것은 위헌적 권한남용

2016-01-26     보도국

헌법상 교육의 자유는 국가에 의한 ‘학교독점’을 철폐해야 한다는 근대사회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근대 시민법에서 말하는 ‘사적 자치’를 교육의 영역에 적용하게 된 것이다. 부모의 가정교육의 자유(가정교육권, 종교교육권), 부모의 학교(교육의 종류) 선택의 자유, 사립학교 설치와 경영의 자유, 사립학교의 독자적인 교육의 자유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유키마코토 저, 헌법과 사학교육 55페이지]

교육의 자유의 핵심 가치인 ‘사적 자치’의 원칙은 사학의 자유에 의해 구현되는 측면이 강하다. 사학의 자유란 사립학교가 그 설립정신이나 교풍에 의거하여 교육을 펴고 독자적인 학내규율을 설정하는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 부모의 교육의 종류 선택의 자유 한 가지만 예로 들더라도 공립학교로는 실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적자치의 원칙은 ‘계약의 자유’ 원칙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계약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사적 자치만 있게 되면 차별의 강제화가 발생한다. 학교선택권이 없는데 기독교 사학에서의 종교교육을 의무화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학교평준화로 인하여 사학의 계약의 자유 원칙이 훼손된 상태다. 더군다나 사립학교의 등록금을 공립과 맞추다보니 국가가 재정결손을 보전해주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사학의 재정 독립성마저 훼손된 상태다. 이처럼 사학에서 계약의 자유 원칙이 붕괴되자 사적자치의 원칙마저 존중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학교평준화는 사학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강제된 것이었다. 사립학교의 재정결손을 보전해 주는 지원금도 사실은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에 내야 할 등록금을 대신 부담해주는 성격일 뿐이다. 국가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것이지 사립학교에 대한 시혜나 특혜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나라 사학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사학의 ‘계약의 자유’ 원칙이 훼손된 상태라고 해서 공공성만을 강조한 채 ‘사적자치’의 원칙이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본말이 뒤집힌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다. 헌법상의 기본권이 제약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의 자유를 구성하는 사학의 자유 중에서도 ‘독자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자유’에 한정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 초중등사립학교가 공립학교와 차별적으로 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교육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학년별 수업일수나 학습해야 할 교과목과 과목별 시수는 교육부 지침에 의한다. 학교가 할 수 있는 건 수업일수를 뺀 쉬는 날을 학교별로 조금씩 다르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사립'이라는 단어는 독자적인 교육이란 측면에서 보면 허울뿐이다.

생각의 범위를 좁혀서 이번에는 학교의 설립정신이나 교풍을 진작시키기 위한 학내규율에 대한 문제로 들어가 보자. 사립학교가 당연히 누려야 할 독자적인 교육의 자유 중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나마도 학교로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하여 학교 규칙을 개정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임신·출산과 성적지향에 의해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 등을 학칙에 반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종교적 신념을 설립정신으로 하는 기독교 사학의 경우, 학생의 동성애를 허용하라고 하는 것은 종교와 사상, 신념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적 자치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기독교 사학의 경우 성윤리 역시 일반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범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하여 동성애나 임신·출산에 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할 권리를 학칙에 넣도록 사립학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위헌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헌법상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교육의 자유를 구성하는 독자교육의 자유를 조례로 제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서울인권조례의 근거로 교육기본법을 들기도 한다. 교육기본법 제4조 ①항에 보면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여야 한다는 취지일 뿐 학칙으로 동성애나 청소년의 임신·출산에 대한 권리의식을 장려하라는 취지는 아니다.

이어서 교육기본법 제12조 ①항에는 “학생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기본적 인권이라 함은 위 제4조 ①항의 취지를 실현하는 세부조항으로 보여 진다. 학생인권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동성애나 임신·출산의 권리의식 함양, 두발규제 철폐, 집회시위 자유 등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교육을 받을 기회를 균등하게 준다는 차원과는 별개의 문제다.

필자는 위와 같은 논의를 전제로 할 때 자율형 사립고나 특목고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가 가능하다고 본다. 자율형 사립고나 특목고의 경우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보장되어 있는 학교다. 학교의 재정독립성도 확보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의 경우 독자교육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의 틀 내에서라면 특정의 종교나 교육사상 등을 근거로 독자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자유까지 포함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종교교육의 자유, 교육목적·교과·교육과정 설정의 자유, 교과서 및 교재·교구의 작성·선정의 자유, 교육방법·교수조직 편제의 자유 등을 모두 허용하여야 한다. 물론 학칙에 이런 모든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고, 이러한 학칙을 전제로 입학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학교 역시 그런 학칙을 준수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를 선발하여야 한다.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의 존재는 법률의 개정 없이 교육부 장관이 폭넓은 독자교육의 자유를 허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교육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형성되고, 나아가 대기업의 학교 설립 참여 등을 통해 높은 등록금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학습자의 능력과 재능에 맞도록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할 수 있는 미래교육의 출구로 활용할 만하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 김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