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빨갱이 인가

원희룡에게 정체성이 부족하다던 보수우파의 질타가 실감나는 순간

2016-01-26     김동일 칼럼니스트

제주도지사 선거전이 벌어지던 2014년에 원희룡 후보자가 이런 발언을 했었다. "중앙에서 보수단체는 저보고 빨갱이라고 하는데 맞습니까?" 물론 관중들에게 아니다 라는 대답을 유도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구태여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유세장에 모인 관중들에게는 빨갱이를 감별해내는 능력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네이버에 물어 보았다. '원희룡 빨갱이'라는 검색어를 넣었더니 불행하게도 많은 결과들이 도출되었다. 도대체 원희룡은 국회의원을 하랬더니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특히 2009년 6월의 기사에는 모 보수단체가 "원희룡은 빨갱이"라며 원희룡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장면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원희룡은 한나라당 시절 '남원정'으로 호칭되는 소장파였다. 이 소장파는 당내에서 사상을 의심받으며 이단아 취급을 당했다. 원희룡은 '박정희 군사독재'라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당시 나는 제주산 논객으로서 제주도 출신의 유망한 정치인이 사상을 의심받는 것에 한편으로 당연하다는 생각과 한편으로 모성애가 발동하기도 했었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원희룡은 제주도지사로 당선되어 우리 곁으로 왔다. 멀리서 쳐다만 보던 원희룡과 가까이에서 부딪히는 원희룡은 아주 많이 달랐다. 매워도 이만 저만 매운 것이 아니었다. 소장파 시절의 원희룡에게 정체성이 부족하다던 보수우파의 질타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원희룡 도지사가 제일 먼저 터뜨린 것은 이것이었다. 당시 4.3 바로잡기에 매진하던 제주의 애국인사들은 제주도 4.3 실무위원회의 임기가 끝나자 4.3 실무위원회에 애국인사들도 참가시켜 중용을 유지해 달라는 청원을 여러 곳으로 넣고 있었다. 원희룡은 이것을 일거에 묵살하고 노무현 시절의 4.3 실무위원회를 복원시켰다. 원희룡은 새누리당이었지만, 그의 도정은 물반 빨갱이반이라던 노무현 시대의 재현이었다.

지금 4.3 바로잡기는 4.3 불량위패 재심사가 결정되어 제주도로 실태조사 지시가 내려 졌지만 이것은 현재 제주도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원희룡이가 위촉한 4.3 실무위원회에서 행자부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질세라 원희룡의 제주도도 덩달아 손을 놓고 있다. 4.3 바로잡기는 수많은 투쟁 끝에 쟁취한 애국우파의 염원이었다. 원희룡은 그것을 배신한 것이다.

4.3 바로잡기에 매진하는 애국인사들은 여러 차례 원희룡 도지사에게 면담 신청을 했지만 원희룡은 면담도 해주지 않았다. 공문으로 전화로 인편으로 면담신청은 눈물겹게도 수십 번이나 되었지만 면담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는 수시로 면담도 하고 밥도 먹었다. 그쪽에는 인원이 많고 표가 많았다. 원희룡의 비굴한 정치였다.

원희룡의 제주도정은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가 신청한 사회단체 등록신청도 거부했다. 원희룡의 제주도가 내건 이유는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가 화해와 상생을 저해하는 단체이기에 등록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의 회원들은 대부분 애국우파 성향이었고, 전통적으로 박근혜를 지지하고 원희룡을 지지하던 사람들이었다. 원희룡의 정치는 뒤통수를 치는 패륜정치였다.

중앙에서 고위인사가 제주도에 내려올 경우 원희룡 제주도정의 첫 번째 과업은 제일 먼저 고위인사를 4.3 평화공원으로 데려가 참배 시키는 것이었다. 원희룡 도정에 충혼묘지 참배는 안중에도 없었다. 제주도의 애국인사들은 제주도에 진정을 내어도 먹혀들지 않자 아예 행자부로 항의하여 제주충혼묘지 참배를 관철시키기도 했었다. 제주충혼묘지는 원희룡에게는 적성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했다. 왜 10여 년 전의 선현들은 원희룡을 빨갱이라고 일갈했던가. 원희룡은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원희룡을 겪어 보면서 나도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 이유는 유세장에 모인 몇 사람의 지지자에게 물어 본들 정답이 나올 수 없다. 정답을 알고 있어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원희룡은 스스로 그 이유를 알아야만 한다. 큰 꿈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원희룡은 이런 질문을 이렇게 던져야 한다. "중앙에서 보수단체는 저보고 빨갱이라고 하는데, 국민 여러분 맞습니까?" 원희룡이 어떤 정치를 하는가는 국민이 판단하고 국민이 결정을 내린다. 그리하여 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들에게 외친다. "국민 모두는 이 질문에 대답하여 원희룡에게 깨우침을 주십시오"